
메리츠금융그룹이 국내에서 보기 드문 선진 지배구조의 사례가 되려한다. 금융지주 아래 상장 자회사인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을 모두 100% 지분을 가진 비상장 자회사로 돌린다.
이는 모회사와 자회사 중복 상장이라는 국내 기업 관행을 깬 사례다. 지배구조 맨 위에 있는 대주주 입장에서는 자회사든 모회사든 많이 상장될수록 좋다. 지주회사를 통해 지배력을 유지하면서 외부 자금을 들여와 쓸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자회사가 더욱 상장돼 지주회사 주가가 떨어지면, 지주회사 주식을 더 사들이거나 자식에게 물려주는 부담도 적어진다.
메리츠금융그룹은 그와 같은 관행을 깼다. 이런 흐름이 다른 국내 대기업에게도 영향을 주기를 바란다.
특히 메리츠금융그룹은 뿌리가 한진그룹에 있다는 점에서 신선한 변화다. 창업자 고 조중훈 회장의 네 아들이 한진·대한항공, 한진해운, 한진중공업, 메리츠금융으로 각자 계열 분리를 했다.
그러나 다른 형제 그룹들은 모범 경영과는 거리가 멀었다. 우선 건설과 조선을 하던 한진중공업은 조선업을 정리하면서 대규모 정리해고를 했다. 노동자들은 높은 크레인 위에 올라가서 목숨을 걸고 싸웠다. 이를 응원하는 시민들이 ‘희망버스’를 타고 한진중공업을 찾았던 바로 그 사건이다.
국내 대표 상선업체였던 한진해운은 파산했다. 경영을 잘하지 못했던 최은영 전 회장은 회사가 무너진다는 정보를 먼저 입수하고 보유한 한진해운 주식부터 팔아치웠다.
맏형 한진그룹은 오너 일가 회사에 ‘일감 몰아주기’를 하다가 여러 차례 적발됐다. 최근 몇년간은 그룹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사모펀드 KCGI와 경영권 분쟁을 벌이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메리츠금융그룹의 앞서가는 걸음은 더더욱 눈에 띈다. ‘형보다 나은 동생’이라는 말이 전혀 지나친 말이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