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 재편, 이사회 법적 책임 따져야” [현장+]

토론하는 이나래 변호사 [사진=임정문]

최근 두산그룹 계열사 간 합병 과정에서 합병 비율의 공정성과 이사회의 책임에 대한 법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22일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에서 열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36차 세미나에서이나래 변호사(법률사무소 블리스)는 “합병 가액 산정은 자본시장법 시행령에 따라 공식적으로 결정되지만, 이사회는 합병 시점, 구조 설계 등 중요한 결정을 내릴 권한이 있다”며 “이사회가 지배주주뿐만 아니라 일반 주주의 이익도 고려하여 선관주의 의무와 충실 의무를 다했는지 철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사회가 이번 결정에 책임을 질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 델라웨어주 판례를 인용하며 “이해 상충이 있는 거래에서는 ‘완전한 공정성 기준’을 충족해야 하며, 지배주주가 아닌 독립적인 이사로 구성된 특별위원회의 승인과 일반 주주의 다수결 결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델라웨어 판례에서는 단순한 절차 준수만으로는 부족하며, 실질적인 절차적 공정성과 독립적인 이사회 결정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며 국내에서도 이러한 기준이 적용될 필요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이 변호사는 “계열사 간 합병 시 지배주주의 이익이 우선시되는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본 건에서도 이사회가 재논의를 통해 공정한 거래 구조를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과거 판례는 주가를 기준으로 한 합병을 인정해왔다. 이 변호사는 “법원은 기업 합병 시 자본시장법 관련 규정에 따라 합병 비율이 산정되었을 경우, 이를 현저히 불공정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려왔다”고 설명했다. 또한 “공정가치는 회계법인의 추정에 불과하며, 공개시장 거래가 이루어진 적이 없어 자본시장법상의 산정 가치보다 객관적으로 공정하다고 단언하기 어렵다는 것이 법원의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번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밥캣의 합병은 과거 사례와 다소 다르다. 이 변호사는 “두산밥캣의 지분을 단순 시가로 평가한 것이 본질 가치를 정확히 반영한 것인지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현재 로보틱스 주가가 상장 1년 미만으로 고평가된 상태이며, 주가 부양을 위한 의도적인 행위가 있었는지에 대한 의혹도 제기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가처분 신청과 관련해서도 이 변호사는 “과거 법원은 주주총회에서의 의결권 행사 기회 보장 및 사후적인 합병 무효 소송 가능성을 이유로 가처분의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았다”면서도 “본 건의 경우 회복할 수 없는 손해 발생 가능성이 크므로 사후 구제 수단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가처분 필요성을 부인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주주총회에서 두산과 두산 애너빌리티가 특별 이해관계인으로 지정되어 의결권이 제한될 필요가 있다”며 소수 주주의 권리 보호를 위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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