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 보호에 칼 빼든 금융감독원…두산·고려아연 이어 이수페타시스에 제동

이복현 원장은 11월 13일 홍콩에서 열린 투자 설명회에서 “한국 정부는 주주 친화적 기업경영 문화를 안착시키기 위해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법률 개정안을 조속히 확정하는 한편, 스튜어드십 코드 가이드라인의 실효성 제고, 합병공시 및 합병가액 외부평가 기준 강화, 결산배당 절차 개선 등 주주 권리를 폭넓게 보호하기 위한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사진=금융감독원]

금융감독원이 소액 주주들 이익에 배치되는 기업들의 행보에 제동을 걸고 있다. 두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고려아연의 유상증자에 이어 이수페타시스의 유상증자에도 제동이 걸렸다.

2일 금감원은 이수페타시스가 유상증자 증권신고서에 대한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다. 이수페타시스가 지난달 18일 제출한 유상증자 증권신고서는 수리되지 않은 것으로 간주되고 즉시 효력이 정지됐다.

금감원은 “증권신고서의 형식을 제대로 갖추지 아니한 경우, 또는 그 증권신고서 중 중요사항에 관하여 거짓의 기재 또는 표시가 있거나 중요사항이 기재 또는 표시되지 아니한 경우와, 중요사항의 기재나 표시내용이 불분명하여 투자자의 합리적인 투자판단을 저해하거나 투자자에게 중대한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하여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수페타시스가 3개월 안에 정전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증권신고서는 철회된 것으로 간주된다. 이수페타시스는 11월 8일 장 마감 후 공시를 통해, 이차전지 소재 기업 제이오의 지분 인수자금 마련(2998억원)과 시설자금 마련(2500억원)을 위해 총 5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발행 주식 수의 31.8%에 달하는 대규모 신주 발행 소식에 소액 주주들은 반발했다. 또한 악재성 공시를 금요일 시간 외 거래가 끝난 후에 기습적으로 공시했다는 비판을 받았다.금감원은 소액 주주들의 권익에 반하는 상장사들의 행보에 제동을 걸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달 6일에는 고려아연의 2조 500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정정신고를 요구했다. 금감원은 이수페타시스 유증과 같은 이유를 들었다. 고려아연은 14일 오전 임시 이사회를 열고 유증 철회를 공식 발표했다.

금감원은 두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도 2번이나 정정을 요구했다. 두산 측은 회사가 스스로 정정한 횟수까지 합쳐 5번이나 신고서를 고쳤다.

7월 제출한 증권신고서에서 두산밥캣 지분을 보유한 두산에너빌리티 신설법인과 두산로보틱스의 합병 비율은 1대 0.031로 정해졌다. 알짜 회사인 두산밥캣이 과소평가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두산에너빌리티 주주들이 반발한 이유다.

금감원은 합병 비율을 문제 삼았지만 두산 측은 8월 신고서에서도 이를 유지했다. 금감원이 또 다시 정정을 요구하자, 같은 달 두산 측은 합병 계획을 철회했다.

이후 두산은 알짜 자회사 밥캣을 내주게 된 에너빌리티 신설 법인의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하는 방식으로 합병 비율을 조정했다.

결국 두산밥캣 지분을 보유한 두산에너빌리티 신설법인과 두산로보틱스의 합병 비율은 1 대 0.043으로 조정됐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이복현 금감원장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원장은 지난 11월 13일 “주주친화적 기업경영 문화를 안착시키기 위해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법률 개정안을 조속히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홍콩 투자설명회(IR)에서 “스튜어드십 코드 가이드라인의 실효성 제고, 합병공시 및 합병가액 외부평가 기준 강화, 결산배당 절차 개선 등 주주권리를 폭넓게 보호하기 위한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주주 친화적 기업경영 문화를 안착시키기 위해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법률 개정안을 조속히 확정하겠다”면서 “상장기업 영문공시의 단계적 의무화, 국제표준전산언어(XBRL) 기반 재무정보 보고체계 가동, 대체거래소(ATS) 도입, 공매도 전산시스템 구축 등 투자환경을 조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8월에 있었던 ‘기업지배구조 개선 관련 학계 간담회’에서도 “한국적 기업지배구조의 특수성 및 국내 증시의 투자자 보호 미흡이 밸류업의 걸림돌로 지목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 원장은 이 자리에서 “회사와 주주 이익이 동일하며 충실의무 대상인 ‘회사’에 주주 이익이 포함돼 있다는 견해가 상법학계 다수”라며 “현실은 이와 달리 운용됨으로써 일부 회사들의 불공정 합병, 물적분할 후 상장 등 일반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는 사례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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