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의 분석 보고서(리포트)도 튀어야 사는 시대다. 그러다보니 인기를 끄는 유행어를 사용한 제목이 자주 보인다.
최근에는 펜싱 국가대표였던 남현희 선수의 사기 결혼이 화제가 됐다. 남 선수가 결혼 상대라고 밝힌 ‘재벌 3세’ 전청조씨가 실제로는 사기 범죄자로 밝혀졌다.
미국 뉴욕에서 태어났다고 주장한 남씨는 “I am 신뢰에요(나는 신뢰한다)”와 같은 엉터리 영어를 쓴 카카오톡 메시지가 공개되기도 했다.
그러자 지난 27일부터 I am을 제목에 넣은 증권사 보고서들이 나오고 있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의 “현대모비스-I am 신뢰에요”나 장문수 현대차증권 연구원의 “금호타이어-I am 기대치 상회에요” 등이다.

그러자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30일 페이스북에 이를 비판하는 글을 썼다. 그는 “분석과 투자는 장난스러우면 안 되는데, 패러디도 적당히 써야지 아주 불쾌하다”고 했다.
김 센터장은 “리포트를 쪽대본 쓰듯이 뽑으면 안 된다”고도 했다. 쪽대본이란 방송가 용어로, 드라마 등을 촬영할 때 전체 대본이 아닌 그날 촬영 분량만 담은 대본을 가리킨다.
또 다른 증권사 임원도 “증권사 리포트는 진지해야 한다”고 동의하는 댓글을 썼다.


증권사 리포트도 밈 시대..."오빠 돈 많아?"
‘밈(meme)’은 재밌는 말과 행동을 온라인상에서 모방하거나 재가공한 콘텐츠들을 통칭하여 부르는 용어다. 이제는 증권사 리서치센터 보고서도 밈이 없으면 심심한 시대다. 25일 신은정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오빠 오빠 드라마 뭐봐?’라는 제목으로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제목은 존니(Zohnny)의 ‘라면 먹고 갈래?’라는 곡 가사 일부를 바꾼 것이다. 해당 곡은 한 네티즌이 이 노래에 맞춰 자신이 만든 춤 동작을 선보이면서 인기를 끌었다. “오빠, 오빠, 오빠 돈 많아? 오빠, 오빠, 오빠 차 있어? 오빠, 오빠, 오빠 집 어디야? 오빠, 오빠, 오빠 나 비싸~”라는 반복되는 리듬과 춤 동작이 인기를 끌었다. 각종 유튜버는 물론 SNL 코리아에서도 패러디가 되면서 인기를 끌었다. 당초 이 영상을 틱톡에 올린 ‘왕간다’라는 닉네임으로 알려졌다. 실제로는 […]

증권사 보고서에 등장한 '어쩔티비'
‘어쩌라고, TV나 봐’라는 뜻을 가진 유행어 ‘어쩔티비’가 급기야 증권사 리서치센터 보고서에까지 등장했다. 16일 신은정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어쩔티비(저쩔 드라마제작사)’를 발간했다. 드라마 제작 기업들을 분석한 이번 보고서가 ‘TV를 보라’는 유행어와 연결된다는 뜻에서 이 같은 이름이 붙여졌다. 이는 증권업계에서 화제가 됐다. 업계 종사자들이 리포트 검색을 위해 이용하는 에프앤가이드에는 어쩔티비와 신 연구원의 이름이 오늘의 급상승 검색어 1~2위에 올랐다. 신 연구원은 이 보고서에서 “K-콘텐츠의 흥행을 예상하며 낙수효과를 기대, 메인을 점령할 수 있는 종목을 선별했다”면서 스튜디오드래곤과 제이콘텐트리에 매수 의견을 제시했다. NEW, 에이스토리, 키이스트, 초록뱀미디어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미디어·통신 산업을 담당하는 신 연구원은 인기 드라마 제목을 패러디한 ‘지금 우리 주가는’, ‘방과 후 투자활동’, ’22년 차차차’ 같은 […]

DB금융투자, 매수 리포트에 '사자' 사진..."튀어야 산다"
증권사 보고서도 눈에 띄고 차별화돼야 하는 시대다. DB금융투자는 11일 발간한 ‘사자’라는 보고서에서 “한국 주식시장은 매수에 적합한 상태”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태양광, 2차전지, 조선 관련주 등을 추천했다. 하지만 눈길을 끌었던 것은 표지다. 사자라는 제목과 함께 사자(Lion) 사진을 넣었기 때문이다. 발음이 같은 점을 이용한 유머러스한 표지라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증권업계 관계자들이 이용하는 에프앤가이드에서 ‘사자’가 급상승 검색어에 오르기도 했다. 해당 리포트를 검색해본 이용자들이 많았다는 의미다. 과거에는 개인과 기관 투자가들이 열람하는 리포트고, 수익과 관계된 내용인 만큼 엄숙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리서치센터에 있었다. 그러나 MZ세대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는 그런 분위기가 깨지는 모양새다. 유행어나 유행가 제목을 이용한 리포트를 찾아보는 것도 어렵지 않다. 또한 하루에 수백건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