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CJ그룹에게 주주란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지난해 오너 소득 순위 6위에 올랐다. 배당금으로 311억원을 받았고, 연봉으로 221억원을 받아 532억원에 달했다.

이 회장이 지주회사 (주)CJ의 42.07%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CJ그룹에선 주주라고 다 이렇게 대우를 받는 것이 아니다.

영화관 체인을 운영하는 계열사 CGV의 주주들은 폭탄을 맞았다. 5700억원 규모 신주를 발행하는 유상증자를 한다는 소식 때문이다. 28일 CGV의 시가 총액이 4639억원인데, 현재 발행된 주식보다도 더 많은 주식이 시장에 풀린다는 의미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아 회복되지 못한 주가가 더 주저앉고 있는 이유다. CGV는 이 회장 등이 직접 보유한 지분이 한 주도 없다. 48.50%를 가진 (주)CJ를 통해 간접적으로 지배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타격을 입을 것 같지는 않다.

지주사 체제의 장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한 손가락이 아프다 못해 썩어 문드러지면 잘라내도 다른 계열사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그래도 신주를 발행하면 기존 지주사의 지배력이 약화되는 효과가 있다. 게다가 지금처럼 유상증자 규모가 기존 시총보다 크면 지분율이 절반으로 떨어진다.

그래서 CJ그룹은 기발한 해결책을 내놨다. CJ올리브네트웍스 주식을 CGV에 넘긴 것을 현금 4500억원 지급으로 보겠다고 한 것이다. 그러면 (주)CJ는 현금을 쓰지 않고도 4500억원 어치 CGV 주식을 받아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다.

올리브네트웍스는 빈 껍데기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예전에는 올리브네트웍스가 CJ그룹사 IT 일감을 받아 현금이 많았다. 그때 당시에는 이 회장 일가족이 올리브네트웍스를 지배했다.

그러나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심해지면서 그것도 어려워졌다. 그러더니 올리브네트웍스는 합병과 분할을 거쳐 지주사가 떠맡았다. 그러더니 이 회장 일가는 알짜 회사인 CJ올리브영을 소유하게 됐다.

CJ그룹은 올리브영이나 CJ ENM스튜디오스와 같은 알짜 회사에는 짙은 메이크업을 덧칠하며 몸값 높이기에 나선다. 그룹 차원에서 달라붙어 상장 작업이 끝나면, 새로운 계열사 상장 준비가 시작된다.

CGV와 시너지 효과라면, 콘텐츠 제작사인 CJ ENM스튜디오스를 넘기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혹은 CGV의 오프라인 매장과 올리브영이 힘을 합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없다.

이미 상장한 기업들의 주주들은 관심 밖이다. CJ그룹에겐 이 회장 일가가 아닌 주주들은 ‘주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CJ그룹 사례를 보면, 왜 미국에서는 모회사와 자회사의 상장이 법적 분쟁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한지 알 수 있다. 언젠가 우리나라도 보다 향상된 주주 권익을 보장하는 법 제도가 마련되면, 이런 경영 행태는 반드시 책임을 묻게 될 것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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