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SK와 CJ의 ‘헷갈리는 그 이름’…결국은 지배구조 문제

 

브랜드의 힘을 결정하는 두 가지 중 하나는 이름이고 또 다른 하나는 로고다. 조그마한 수정도 기업 이미지에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변화도 조심스럽게 이뤄진다.

특히 상호를 변경하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이미 소비자의 머릿속에 박힌 상호를 지우고 새로운 상호를 입력하기란 쉽지 않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에 진출하면서 ‘갤럭시’ 브랜드를 새로 선보이며, 그동안 썼던 ‘애니콜’이란 브랜드를 폐기할 때도 내부에선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국내에선 정당 이름 못지 않게 기업 이름을 바꾸는 것도 흔하게 일어난다. 특히 계열 분리를 거치며 그동안 널리 알려진 기업명을 바꾸는 것은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다.

특히 소비자에게 널리 알려진 LG라는 상호 대신 GS, LX, LS, LIG같은 새 상호를 주입시키는 범LG가문을 보면 이들에겐 기업이 가문의 깃발을 꽂은 ‘영지’라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한국식 지배 구조의 특징이 강하게 드러내는 대목이다.

최근 한화토탈은 한화토탈에너지스, 포스코터미널은 포스코플로우, 두산중공업은 두산에너빌리티, 현대중공업지주는 HD현대라는 새 이름을 발표했다.

각 정당도 1년에 한 번씩 이름을 바꾸는 문화에 익숙해서일까. 의외로 개명을 둘러싼 혼란은 많지 않다. 하지만 유독 언론계 종사자들도 헷갈려서 문제가 되는 두 이름이 있다.

 

CJ ENMSK(주) C&C가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SK(주) C&C의 언론 담당자들은 기자들에게 “꼭 반드시 사명을 제대로 기재해달라”는 당부를 한다. 흔하게 SK C&C나 CJ E&M이라는 옛 이름을 쓰는 경우가 많아서다.

개명 전후의 이름이 너무 비슷해서 생기는 일이다. 김정연이라는 사람이 김정현으로 개명한 것에 비유하면 적절할까 싶다.

이들의 사명 변경도 우리 기업 지배 구조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그것은 철저히 그룹 지배 주주의, 지배 주주를 위한, 지배 주주에 의한 합병이 낳은 결과다.

 

SK C&C라는 회사는 과거 SK그룹의 전산업무 등을 총괄하는 시스템통합(SI)업체였다.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 기업이다. 이제는 지주회사인 SK(주)의 C&C 사업 부문인 것이다.

SK C&C는 최태원 SK 회장과 여동생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이 44% 지분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룹 일감을 잔뜩 몰아준 덕분에 보유한 현금으로 지주회사 SK(주) 지분을 확보해 31.8%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가 됐다.

2015년 SK C&C와 SK(주)는 합병을 결정한다. 그러면서 최 회장은 지주회사의 최대주주로 올라선다. 합병 전 최 회장의 SK(주) 지분은 0.02%에 불과했다. 극히 적은 지분으로 그룹 전체에 경영권을 행사한다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이다.

당시 국민연금은 SK C&C의 주주에게 유리하고 SK(주)의 주주에게 불리한 합병임을 이유로 반대 표를 던졌다. 그러나 합병을 막을 수는 없었다.

 

CJ ENM도 여전히 CJ E&M과 다른 회사라는 것을 알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발음 역시 ‘이엔엠’으로 같은 상황 때문이다. 2018년 인터넷·엔터·게임 사업을 하던 CJ E&M과 CJ 오쇼핑이 합병해 CJ ENM이 탄생했다.

CJ ENM은 ‘Entertainment and Merchandising’의 약자다. CJ오쇼핑이 보유한 1000만명의 구매고객과 CJ E&M이 보유한 5000만명의 시청자, 그리고 2억 명의 디지털 팔로워와 통합법인의 국내외 잠재고객에게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프리미엄 콘텐츠와 차별화된 커머스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CJ그룹 측은 설명했다.

그러나 문제는 돈이었다. 홈쇼핑 채널을 보유한 CJ 오쇼핑은 막대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 돈이 결국 문화 사업 투자에 쓰였다. 당시 배영찬 한국기업평가 연구원도 “CJ ENM 커머스 부문의 안정적인 현금창출력을 바탕으로 투자부담이 상존하는 미디어·엔터부문의 부족자금을 보완할 것”이라고 평가한 이유다.

결국 그룹사 지원을 위해 CJ 오쇼핑은 CJ E&M을 떠안은 것이다. 그룹 입장에서는 장난감 블록을 조립하고 떼는 것처럼 쉽다. 계열사를 어디로 옮겨도 그룹의 품을 벗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늘 손해를 보는 것은 예상치 못한 주가 변화를 겪어야 하는 소액 주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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