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국민연금 지배구조는 문재인 정부에 비해 후퇴했다”
국민연금에서 민간 위원으로 14년 넘게 활동한 이찬진 변호사(참여연대)의 진단이다. 5000만 인구의 노후를 책임질 국민연금이 과연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을까.
이 문제를 진단하고 개선점을 제안하는 자리가 14일 국회에 마련됐다. 남인순·김성주·서영석·최종윤·최혜영·강은미 의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참여연대가 함께 마련한 제2차 ‘국민연금 거버넌스 개선 방안 – 독립성 훼손,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다.

기금위에서 노동자 대표 빠져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기금의 운용·관리에 관한 최고 의사결정기구로서 보건복지부장관을 위원장으로, 당연직 위원과 사용자·근로자·지역 가입자 대표 및 관계 전문가가 참여하고 있다. 최근 일부에서는 기금위에 사용자·근로자·지역 가입자보다는 금융 전문가를 중심으로 구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그것이 연금 수익률을 올리는 데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찬진 변호사는 “전문성과 대표성은 대치되는 개념이 아닌데도 기금 운용 지배구조를 공격하는 입장에서는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자산 배분은 국민연금의 전문가 집단이 주도해 의사 결정을 내린다”면서 “사용자·근로자·지역 가입자 의견을 개진하지만 결정을 주도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전문가들이 관여해서 국민연금 수익률이 낮아지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이 변호사는 기금위에서 정부 부처 위원 4인을 폐지하고 지역 가입자 위원 6인을 4인으로 축소해, 사용자·사업장 가입자·지역 가입자를 대표하는 전문가 2인씩을 보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국민연금 지배하려 하면서, 자율·독립 외치는 모순
김진석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가 사회자가 돼 열린 토론이 이어졌다. 제갈현숙 한신대 강사는 “기금 수익률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공적 연금 고유의 성격과 분리된 채, 마치 일반 금융시장의 상품과 같은 것으로 취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오히려 국민연금에 대한 직접적인 지배력을 강화시키는 모순을 드러냈다”고 말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검찰 출신 인사가 기금위 상근전문위원에 선임되거나, 민주노총 측 인사를 해촉한 것을 예로 들었다.
제갈 강사는 “현재 국민연금 기금운용 수익률이 나쁘다고 볼 근거는 어디에도 없고, 수익률을 목표로 지배구조를 변화시켜야 할 근거 역시 희박하다”면서 “정부별로 다른 관점으로 보건복지부의 태도가 매번 변화되는 것은 오히려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로부터 실질적으로 독립되고 가입자의 대표성이 강된 기금위의 강화가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주주 행동이 대세…수책위 권한과 지위 강화해야
김영록 한양대 경영학부 겸임교수는 국민연금이 적극적인 주주 행동에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교수는 “주주행동주의의 강화와 글로벌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등 새로운 환경 변화로 연기금 의결권 행사의 중요성과 법적 책임이 커지고 있다”면서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를 분리해 전문성, 독립성, 투명성을 강화하는 독립 기구를 제안한다”고 말했다.

독립된 기구에서 기금운용 이사회 구성해야
전수진 미국 변호사는 기금운용본부의 독립성 확보를 강조했다. 전 변호사는 “기금운용 전담조직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를 정부 관료로부터 독립해 구성해야 한다”면서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는 독립된 추천위원회를 거쳐 이사가 선임되도록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국민연금마저 자기 식구를 챙기는 ‘밥그릇’으로 보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면서 “단순히 기금 수익률을 개선하는 방안으로는 산적한 연금개혁 난제를 해결할 수 없고, 기금운용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것이 선제조건”이라고 했다.

오종헌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사무국장은 “연금 제도 개혁에 관한 사안을 상시적으로 논의, 실행할 수 있도록 그 역할을 강화하거나, 대통령 소속 국민연금개혁위원회 설치와 같이 외부에 상시적으로 사회적 합의에 기반해 제도 개혁을 논의·실행할 수 있는 정책 주체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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