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대법원이 한미약품에게 ‘늑장공시로 인한 투자자의 손해 중 13억7200여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2016년 있었다. 한미약품은 9월 29일 주식시장 마감 후인 오후 4시 33분 1조원대 항암제 기술을 글로벌 제약업체에 수출했다고 공시했다. 다음날 주가가 뛰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30일 오전 9시 29분에 한미약품은 8500억원대 또 다른 기술 수출 계약이 파기됐다고 밝혔다. 주가는 전날보다 18%나 폭락했다. 주주들은 한미약품이 장 개시 전에 이를 공시하지 않은 책임을 물었고, 법원은 6년 만에 최종 판결을 내린 것이다.
일부에서는 공매도량 급증에 비춰볼 때 이해 관계자들이 계약 해지라는 미공개 정보를 미리 알고 불공정거래를 한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했다. 한미약품은 이런 문제에 대한 대책을 마련했을까.
한미약품은 “혁신 기반의 지속 가능 경영 모델을 집대성한 ‘2022-23 ESG 리포트’를 발간하고 자사 공식 홈페이지에 게재했다”고 8일 밝혔다.
박재현 대표는 “한미약품은 ESG경영의 핵심가치인 준법경영 실천에도 앞장서고 있다”면서 “공정거래위원회가 부여하는 CP 최고등급인 ‘AAA’를 4년간 유지해온 것은 법 위반 가능성에 대한 감시체계를 촘촘히 구축했다는 평가 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보고서 어디에도 늑장 공시와 대법원 판결을 언급하지 않았다.
이사회가 회사 경영을 감시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고 있을까. 한미약품은 사외이사 2명, 사내이사 3명이던 이사회를 올해 사외이사 4명과 사내이사 4명으로 확대 개편했다.

대주주 일가 임종윤 사장이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임 대표의 두 형제와 어머니 송영숙 회장은 미등기 임원이다.
우선 황선혜 사외이사는 숙명여대 교수(전 총장)다. 송 회장과 숙명여대 동문이다. 송 회장은 2014~2021년 8억원을 모교에 기부하고 2018년 숙명학원 이사로 임명된 바 있다.
황 이사와 송 회장의 개인적 인연이 사외이사 임명에 영향을 줬음을 추정할 수 있다. 보통 이 경우 사외이사가 독립적인 위치에서 경영 감시는 어렵다고 볼 수 있다.
올해 선임된 김태윤 사외이사(한양대 교수)는 지난해 윤석열 정부의 경제 규제 혁신을 추진할 태스크포스(TF) 민간 팀장으로 선임됐다.
윤영각 사외이사(파빌리온자산운용 회장)은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다. 최근 사모펀드(PEF) 운용사 라데팡스파트너스는 한미약품그룹 지주회사 한미사이언스 11.8% 지분을 인수했다. 다만 송 회장의 경영권에는 개입하지 않는 조건이다.
경영권 승계에 필요한 자금 조달이 필요한 상황에서 윤 회장이 자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윤 회장은 박태준 전 포스코 회장의 사위다. 박 회장의 셋째 딸은 김세연 전 미래통합당 의원의 작은 어머니가 되는 등 정치권과도 연결된다.
윤도흠 사외이사는 세브란스병원장을 지냈고 현재는 차의과대학교 의무부총장이다. 한미약품 사외이사는 과거 주로 의대와 약대 교수 출신으로 채워졌다. 의약품 전문가인데다가, 의료계에 영향력이 상당한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한미약품은 “이사는 회사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능력을 기준으로 투명하고 공정하게 선임하고 있다. 최근 3년간의 거래내역이 없고, 그 능력을 인정받아 이사회의 추천을 받은 이사 후보자에 대해
정기주주총회의 승인을 얻어 이사로 선임하고 있다”면서 “사외이사는 제약산업의 특성을 반영하여 R&D경영을 지원할 수 있도록 제약산업의 전문가 및 회계분야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가진 인사들로 구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진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