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늘 그랬듯 답을 찾을 것이다

영화 <인터스텔라>의 주인공처럼 기업은 방법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우린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한때 유행어처럼 쓰였던 영화 대사를 떠올리게 만든 사람이 있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다.

대표이사였던 그는 이사회 의장이었다가 이제는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라는 직함을 쓰고 있다. 무엇이라 부르든 그가 실질적인 ‘주인’임은 틀림없다.

김 센터장은 일본 내 웹툰 자회사인 카카오픽코마의 등기 임원인 사내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임기 6년이 만료됐을 뿐이라는 회사 설명만으로는 완벽하게 설명되지 않는다.

그는 지난해부터 카카오 이사회에서도 빠졌다. 대신 전문 경영인들로 빈자리를 채웠다.

김 센터장은 매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단골로 이름이 오르내린다. 지난해에도 국감에 출석했다.

특히 카카오가 ‘골목 상권’이라 부르는 서민 영역에까지 폭넓게 진출하고 있는 대기업이라는 점에 언론과 정치권이 주목하기 때문이다.

카카오 지배구조도 [자료=공정위]

그런 김 센터장 입장에서는 책임과 관심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은둔의 경영자’라는 별명이 붙은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가 이미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문제는 김 센터장이 권한도 내려놓느냐다. 그는 카카오를 지배하면서 126개 계열사 경영에 관여할 수 있는 위치다. 등기 임원이냐 아니냐는 큰 의미가 없다.

최근 국회에서는 상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핵심은 이사에게 경영상 판단에 대한 손해배상 등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규정이다.

그동안 이사는 ‘회사’ 입장에서 합리적인 경영 판단에 동의했다면 책임을 지지 않았다. 정치권에서는 이사에게 ‘모든 주주’에게 충실할 의무를 부여하고자 한다. 대주주와 회사 입장에서는 좋지만, 소액 주주들에게 손해가 되는 결정이라면 책임을 지라는 의미다.

그러나 재벌 대기업이 그랬던 것처럼, 기업가들은 ‘등기 임원’직에서 미리부터 벗어나는 방법을 찾고 있다. 이렇게 실제 주인을 대신해서 법적 책임을 지는 사람을 속된 말로 ‘바지 사장’이라고 부른다.

또한 대형 로펌들은 바지들이 살아날 수 있는 법리를 연구하고 판례를 쌓아갈 것이다. 바지들이 거액의 손해배상 책임을 지는 것에 대비한 보험 시장도 생겨날 것이다.

여의도의 시곗바늘이 천천히 움직이는 동안 기업은 빠르게 저 멀리 달아나 버린다. 그들은 살아갈 방법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영화 <부당거래>에서 경찰을 비웃듯 조직폭력배가 이렇게 말한다. “아니 뭐 당연한 거 아닙니까? 우린 목숨 걸고 하잖아! 무조건 잘해야죠. 죽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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