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 계열사 오너 3세가 지배한 뒤 상장
경영권 승계용 ‘현금 실탄’ 마련 가능

일동제약과 보령제약이 잇따라 계열사 상장 계획을 밝혔다. 자회사 상장은 모회사에 대규모 자금이 조달된다는 점에서 보통 호재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이들의 상장 계획을 보는 시장의 눈빛은 그다지 곱지 않다. 창업주 3세 경영 시대를 열기 위한 발판으로 상장을 이용하는 과거 재벌들의 행태와 똑같다는 비판이 나온다.
보령바이오파마는 미래에셋증권과 대신증권을 공동 대표 주간사로 선정하고 본격적인 상장 준비에 들어갔다고 14일 밝혔다. 1991년 설립된 보령바이오파마는 백신 개발 및 제조, 전문의약품 판매, 유전체 검사, 제대혈 은행 등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
2014년 세포배양 일본뇌염백신, 2020년 DTaP-IPV(디프테리아, 파상풍, 백일해, 소아마비 예방), 2021년 A형간염백신 등의 국산화에 성공했다. 아이진, 큐라티스, 진원생명과학 등 국내 백신 개발사 3곳과 코로나19 mRNA백신 컨소시엄을 구성해 백신 대량 생산을 위한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그러나 이 알짜 회사의 최대주주는 그룹의 지주사인 보령홀딩스가 아니다. 투자회사라는 (주)보령파트너스(78.6%)다. 보령파트너스는 3세 경영자인 보령홀딩스 김정균 대표가 지배하는 회사다.
보령홀딩스 김은선 회장의 장남이 김 대표다. 김 대표 개인도 보령바이오파마 3.2% 지분을 갖고 있다. 사실상 김 대표가 80% 이상 지분을 가진 회사가 상장하는 것이다.
김 대표는 상장 과정에서 보유 주식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대규모 현금을 조달할 수 있다. 아니면 신주를 발행해 상장한 뒤 매각하는 방법을 택할 수도 있다.
어떤 방식을 택하든 대규모 현금을 얻는 것은 시간문제다. 이는 상속·증여나 핵심 계열사 지분 확보 등 김 대표의 경영권 승계에 필요한 자금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크다.
일동제약그룹도 건강기능식품 계열사 일동바이오사이언스 상장을 추진한다. 내막을 들여다보면 보령바이오파마와 비슷하다.
일동바이오사이언스는 종합 건강기능식품 기업으로 국내 최대 발효 및 추출 설비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개별 인정형 유산균 및 화장품 소재 등을 개발하고 있다.
일동제약에서 분사를 거쳐 별도 법인을 만들었다. 최대주주는 일동홀딩스(70.10%)이며 2대 주주는 일동제약 윤웅섭 대표(19.90%)다. 윤 대표는 일동홀딩스 윤원영 회장의 아들인 3세 경영자다.
상장 전 단계에서 추산한 일동바이오사이언스의 기업 가치는 1000억 원이다. 윤 대표 지분이 벌써 200억 원의 가치가 있는 셈이다. 물론 앞으로 실적 추이나, 추가 투자 유치 등 과정에서 이 금액은 더 올라갈 여지가 있다. 윤 대표 역시 3세 경영 발판 마련을 위한 실탄으로 이 현금을 활용할 수 있다.
재벌들이 하던 행태를 중견기업들이 따라 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최근 CJ그룹도 드럭스토어 계열사인 CJ올리브영 상장 계획을 밝혔다. CJ그룹 이재현 회장의 자녀 CJ제일제당 이선호 부장이 11.09%, CJ ENM 이경후 부사장이 4.27% 지분을 보유하는 등 그룹 일가가 25%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예상 시가 총액이 2조 원이므로 5000억 원 규모 주식을 미리 확보한 셈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들은 알짜 계열사를 상장하는 이익을 회사에 돌릴 수 있음에도 오너 일가가 지분을 보유하도록 설계했다”면서 “해외에서 적용하는 엄격한 시각에서 보면 이는 다른 주주들에 대한 배임으로 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진 기사=이재현 회장 두 자녀 위한 CJ올리브영 상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