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국전력·가스공사는 ‘상장 기업’이다

정치 권력이 주주 이익 침해할 수 있나

올겨울 가스 요금 인상으로 ‘난방비 폭탄’이란 말이 들린다. 일부에서는 문재인 전 대통령 집권 시기에 고의로 올리지 않은 가스 요금 인상분이 뒤늦게 반영된 탓이라고 설명한다.

정부는 “단계적인 요금 인상을 통해 한국전력의 누적 적자와 가스공사의 미수금을 2026년까지 해소해 나갈 계획”이라면서 “1/4분기 전기 요금은 kWh 당 13.1을 인상하고자 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한국가스공사는 정부 등이 56% 지분을, 한국전력은 51.1% 지분을 지배하고 있는 상장 기업이다. 외국인 지분율도 가스공사가 약 10%, 한전이 약 14%가량이다.

결국 정부의 결정으로 인해 나머지 주주들은 주가와 배당을 손해 봤다는 의미가 된다. 이미 과거에도 한국전력 주주들은 전기 요금을 정부 정책으로 인상하지 않은 손해를 청구한 바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정부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장관이 전기 요금 인상률을 산정해 통보한 것은 정당한 사무 범위에 있는 행정지도이기 때문에 국가가 한전의 감독권자, 대주주의 지위를 이용해 배후에서 한전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볼 수 없다”면서 “전기사업법 등 관련 법에서 전기 요금은 물가 상승이나 비용 절감 노력 등을 반영해 총괄원가보다 낮은 수준으로 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법을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없다”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최근 진행되고 있는 상법 개정안이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 그동안 상법은 이사가 경영상 판단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규정하면서도, 소액 주주와 대주주 간 이해가 상반되는 경우를 제대로 규정하지 않았다.

상법 개정을 주장하는 이들은 이사가 모든 주주에 대해 충실하게 의무를 수행하도록 하고, 그렇지 않으면 손해배상 책임을 묻도록 관련 규정을 바꾸고자 한다.

그러면 한국전력이나 가스공사 임원들의 어깨가 무거워진다. 그동안 이들 기업에서는 전직 공무원이나 정치권 인사들이 사외이사(비상임이사)로 이사회에 들어가 그저 회사 결정에 동의하는 역할만 해왔다.

그러나 이제 요금 인상과 같은 문제로 인해 발생한 천문학적인 소액 주주 피해를 배상해야 할 위치에 서게 된다. 그 경우 그 자리를 가볍게 생각하는 이들은 사라질 것이다.

또한 이른바 ‘낙하산’ 대신 소액 주주를 대변할 수 있는 인물이 이사회에 진입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상장 회사는 상장 회사답게 운영돼야 한다.

그렇지 못할 바에야, 정부가 모든 주식을 사들이고 스스로 상장 폐지하는 것이 더욱 합리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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