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 가치 1조원이 넘는 스타트업을 유니콘이라고 부른다. 최근 몇년간 저금리 분위기에 벤처업계에서는 돈이 말 그대로 ‘굴러’ 다녔다. 그래서 기업 가치 10조원짜리 스타트업을 데카콘, 100조 가치가 되면 헥토콘이라고 불렀다.
뿔과 날개가 달린 말 유니콘이란 말은 전설 속 동물처럼 보기 힘들기 때문에 붙여진 말이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 벤처업계에서는 자고 일어나면 유니콘이 쏟아졌다.
오히려 투자자들이 스타트업 창업자들을 만나달라고 조르고, 한 주라도 투자하고 싶어서 줄을 서던 시절이다.
그러나 찬 바람이 불고 있다. 주식 시장이 무너지면서, 스타트업 상장으로 투자 회수도 어려워졌다. 금리 인상과 달러 가치 상승으로 전반적으로 업계에 돌아다니는 자금도 줄었다.
현대백화점 계열사 현대이지웰은 모바일 식권 1위 기업 벤디스의 지분 88.8%를 371억원에 인수한다고 8일 밝혔다. 벤디스는 ‘식권대장’ 앱으로 잘 알려진 기업이다.
기업이 종이 식권이나 식대 장부 대신 스마트폰으로 직원들에게 식대를 지급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직원들은 앱으로 결제를 하면, 식권대장을 통해 식당에 결제가 되는 방식이다.
이번 매각에서 벤디스 기업 가치는 418억원으로 평가됐다. 2018년 투자를 유치할 때 540억원으로 평가받은 몸값이 오히려 떨어졌다.
당시 신한금융투자, 코그니티브인베스트먼트, KB인베스트먼트, KB증권, 아주IB투자, 아이디어브릿지파트너스가 주당 12만 3100원 가량에 주식을 받았다. 그러나 이들은 4년 뒤 22% 이상 손실을 본 셈이다.
우아한형제들, KDB산업은행, 네이버가 2016년 투자할 때 100억원이던 벤디스 기업 가치가 갑자기 5배 이상으로 불어났다. 결국 투자자들 사이에서 희비가 엇갈리게 됐다.
축산물 전문 플랫폼 정육각은 지난해 캡스톤파트너스, 미래에셋벤처투자,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투자 440억원을 유치했다. 당시 인정받은 기업 가치는 2000억원.
정육각은 올해 초 유기농 식품 유통업체 ‘초록마을’을 대상그룹에게서 인수했다. 인수 대금은 900억원에 달했다.
스타트업이 대기업 계열사를 삼키자 모두들 놀랐다. 그러나 정육각은 추가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인정받은 기업 가치를 절반으로 줄인 1000억원에도 투자하겠다고 나서는 곳이 없는 상황이다.
보험 관련 핀테크 서비스를 제공하는 보맵도 지난달 에즈금융서비스 50억원 투자를 유치하면서 몸값을 크게 깎았다.
30억원을 투자해 기존 지분을 확보하고, 20억원 신주를 인수해 최대주주가 되는 방식이다. 사실상 48억원짜리 기업으로 평가했다는 의미다.
현대해상, 하나금융그룹 등이 투자한 보맵은 한 때 630억원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다. 그러나 적자가 누적되면서 대폭 깎였다. 과거 투자자들은 투자금 회수가 거의 불가능해진 상황이다.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돈을 벌지 못하고, 상장 가능성이 없는 스타트업은 확실하게 외면받는 분위기가 됐다”면서 “투자자들도 자금이 넉넉하지 않은 만큼 알짜 기업 찾아내기에 힘을 쓰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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