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반도체, 첨단의 탈을 쓴 공해산업”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그린센터내 공정용수 재이용 시설. [사진=삼성전자]
첨단산업의 상징인 반도체가 어떻게 아시아 전역의 환경 파괴와 인권 침해의 온상으로 변모하고 있는지에 대한 심각한 경고가 쏟아졌다.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태호·김태선·박지혜·이용우 의원 공동 주최로 ‘글로벌 공급망에서의 기업 책임 강화를 위한 아시아 연대와 대응 국제포럼’이 열렸다.

이날 모인 국내외 전문가들은 “반도체 산업은 이미 공해산업으로 진입했다”며 “기술의 진보 속도만큼 시민사회의 감시 역량도 성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반도체 한 장 생산에 물 2.6톤, 전력 361kWh… 도시는 전력을 잃는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은 “한국 사회는 반도체를 미래산업으로만 보지만, 막대한 에너지와 화학물질을 소비하는 대표적인 고오염 산업”이라며 “8인치 웨이퍼 한 장을 만드는 데 2.6톤의 물과 361kWh의 전기가 필요하고, 263kg의 온실가스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사례를 지적했다.
“2050년까지 10GW의 전력이 필요하고, 이는 수도권 전력소비의 4분의 1에 해당한다”며 “이를 위해 LNG 발전소 6기를 짓고 화천댐에서 100km 넘는 물을 끌어오는 계획까지 추진되고 있다. 이 산업은 도시 하나를 통째로 삼키고 있다”고 경고했다.

◆ “TSMC 하루 물 12만 톤… 홋카이도 재생에너지의 70%를 한 공장이 독점”

마크 수(Mark Hsu) 대만 환경권리재단(ERF) 는 대만과 일본 사례를 중심으로 2나노 반도체 공정의 자원 독점 구조를 지적했다. 그는 “TSMC 신주 2나노 공장은 하루 물 사용량이 12만 톤으로, 신주 과학단지 전체 사용량의 90%에 해당한다. 일본 홋카이도 치토세의 라피더스 공장은 사포로 전력의 90%, 상수도의 99%를 소모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는 “TSMC가 RE100(재생에너지 100%)을 선언했지만, 이는 홋카이도 재생에너지의 70%를 한 공장이 독점한다는 의미”라며 “결국 지역 사회의 에너지 접근권이 침해된다”고 말했다.
또 “기업이 재생에너지를 ‘돈으로 사는 상품’처럼 취급하면 다른 산업과 공동체는 희생된다”며 “이제는 자원을 독점하지 말고 함께 키울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RE100의 허상… 한국 기업 의지 부족도 문제”

이헌석 위원은 “삼성전자는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를 선언했지만, 국내 사용량의 10분의 1만 실현했다”며 “한국의 재생에너지 인프라 부족보다 더 심각한 건 기업의 실행 의지”라고 비판했다.

그는 “삼성전자 한 회사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광역시 한 곳의 1.8배에 달한다”며 “이제는 자율이 아닌 법적 감시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3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패널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임정문]
◆ “기술이 발전할수록 시민 감시도 진화해야”

마크수 활동가는 “기술은 무어의 법칙처럼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지만 시민사회의 대응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산업이 커질수록 감시와 연대의 규모도 함께 커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헌석 위원 역시 “반도체는 더 이상 깨끗한 산업이 아니다. 환경·인권 규제를 빠진 ‘특별법’은 결국 또 다른 불평등을 낳는다”며 “이제는 성장보다 지속가능성을 논해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 “한국과 아시아, 함께 감시해야 할 때”

이날 토론회에 함께한 권영은 반올림 상임활동가는 “삼성 반도체 피해자는 여전히 늘고 있다”며 “위험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하청과 해외공장으로 이동했다”고 지적했다.

시게루 다나카 일본 태평양아시아자원센터 활동가는 “법은 있어도 집행되지 않으면 무의미하다”며 “노동자 보호와 실효적 제도 집행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엘리노어 로케테 구즈만(Eleanor Roque De Guzman) 필리핀 굿일렉트로닉스(Good Electronics) 활동가는 “아이폰17을 생산하는 폭스콘 공장에서 법정 노동시간을 초과하는 장시간 근로가 지속됐고, 네덜란드의 넥스페리아(Nexperia) 공장에서는 74시간 파업과 임금 갈등이 벌어졌다”며 “노동자들이 50페소(약 1,200원)의 인상만을 요구했지만, 회사는 ‘다른 계열사와 경쟁해야 한다’는 이유로 거부했다”고 전했다.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국이 아시아 최초로 인권실사법을 제정한다면, 기업 책임 문화를 바꾸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국제 연대가 법 통과의 가장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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