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지배구조’ 전문가 공정위원장 후보의 퇴장

송옥렬 교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로 내정됐던 송옥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지난 10일 자진 사퇴했다. 송 교수는 국내 학계에서 몇 안 되는 대기업 지배구조 전문가다. 또한 김·장 법률사무소를 비롯한 실무 경력을 갖춘 학자기도 하다.

그런 그에게 거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그는 최근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다시 벌어진 술자리 성희롱 논란에 “교직에만 매진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떠났다.

대통령실은 새로운 의혹이 나왔기 때문에 이뤄진 사퇴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송 교수의 사퇴는 여러 아쉬움을 남긴다. 혹시 그의 공정위원장 임명을 ‘저승사자’의 출연으로 여긴 재계가 발 빠르게 움직인 것은 아닌가 싶을 정도다.

오늘날 공정위는 경제 검찰로 불릴 만큼 위상도 막강하고, 할 일도 많은 부서다. 우선 기업 분할과 합병 과정에서 일어나는 지배주주의 꼼수를 막는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

정부가 규제 해소를 약속했지만, 오히려 강화된 규제가 필요한 영역이다. ‘사익편취·부당 내부거래 등에 대한 엄정한 법 집행’을 과제로 내세운 새 정부에서 기업 실무에 밝은 공정위원장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송 교수는 적임자였다. 상법과 공정거래법을 아우르면서 국내외 판례를 꿰뚫고, 입법적인 측면에서 제도적 한계를 지적해왔다. 그가 위원장이 됐다면, 공정위가 만드는 공정거래법이 보다 탄탄해졌을 것이다.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사외이사 경력을 들어 그를 친기업 인사로 규정했다. 그러나 기업법을 연구하는 학자로서 이사회 참여는 이론만으로는 접할 수 없는 실무를 다룰 수 있는 기회다. 비난할 일이 아니다.

이제는 송 교수가 아니더라도 그에 못지않은 전문가를 발굴해야 하는 의무가 대통령에게는 있다.

‘신상털기식’ 인사 청문회와 언론 보도에도 아쉬움이 남는다. 송 교수의 문제 발언은 2014년 벌어진 일이다. 8년 전 일어난 잘못이 언제까지 족쇄처럼 따라다녀야 하는가.

그런 잘못이 있으면, 공직자로 일할 기회도 주어져서는 안 되는가. 반대로, 그런 잘못이 없는 사람은 공직자 자격이 충분하다는 말인가.

어둡고 부끄러운 과거가 있어도 정말 유능한 사람이 일할 수 있어야 한다. 인간은 누구나 불완전한 존재이고 과거를 딛고 더 나은 인간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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