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른 선진국선 없는 자사주 이용한 꼼수 경영
자기 주식의 처분은 실질적인 증자와 같다. 하지만 우리 법상 그와 관련된 규제는 없다. 이 때문에 주주 환원으로서 자기 주식 매입의 효과가 반감되고 있다.
자기 주식을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제 3자에게 처분해 의결권을 회복하고, 인적분할 후 지주회사에 자회사의 자기 주식을 몰아주고 신주를 배정받는 자사주의 마법이 허용되고 있다.
김규식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다른 OECD 국가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 “극도의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지난 9일 오후 2시 ‘자기 주식 취득, 처분과 주주가치 제고’를 주제로 온라인 세미나를 열었다.
세미나는 기업들의 자기 주식 매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자기 주식 취득의 본질적인 의미와 국내 현황을 진단하기 위해 마련됐다.

“기업이 신주 발행 자유롭게 해야 자사주 문제 해결 가능”
송옥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국과 미국의 주주 환원 정책을 비교했다.
우리나라 경영진은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주주 환원에 소극적이다. 그 이유를 따져보면, 경영진은 주주보다 더 위험을 기피하는 성향이 있어서다.
또한 경영진의 인적 자본 투자는 분산 투자가 불가능하다. 송 교수는 “특정 기업에 맞춰진 투자는 다른 기업으로 이전되기 어렵다”면서 “또한 기업의 규모를 키우는 것이 주주 환원보다 더 중요하다”고 국내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나 미국 기업이 배당과 자사주 취득을 많이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에서는 기업이 좋은 투자 기회가 없으면 주주에게 환원한다. 초과 현금의 환원은 미래 수익성에 대한 신호를 전달한다. 경영진의 결국은 주가가 올라야 한다.
배당보다 자사주를 활용하는 이유도 있다. 송 교수는 “우선 배당 성향은 변경하기가 힘들다. 한 번 올린 배당 성향을 내리는 것은 부담”이라며 “자사주 매입은 경영 상황에 따라 바꾸기가 쉽고, 배당보다 더 높은 주가 부양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기업은 경영진의 성과와 주가가 연동된다. 우리 자본시장에서는 경영진이 주가를 올려서 좋은 점이 적다.
송 교수는 “실제로는 많은 기업들이 자사주의 제3자 배정을 위해서 보유하고 있다”면서 “유일한 경영권 방어 수단”이라고 말했다.
현행법상 경영권 방어를 위해 제3자에게 배정하는 신주 발행은 위법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하급심 판례는 경영권 방어를 위한 자기 주식의 제3자 처분은 적법하다고 보고 있다. 대법원 판례는 2011년 상법 개정 이후 나오지 않았다.
송 교수는 “미국은 신주 발행이 자유롭기 때문에 소각이 무의미하다”면서 “우리나라는 신주 발행이 제한적이라 소각하지 않고 들고 있는 주식은 잠재적으로 유연한 신주 발행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각된 자사주와 그렇지 않은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송 교수는 “바람직한 법 정책은 소각을 강제할 것이 아니라 신주 발행을 유연하게 하는 것”이라면서 “경영권 방어를 위해 증자가 필요하다면 쉽게 증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것이 작동하지 않을 때 규제는 여러 사회적 비용을 수반한다”면서 “헤지펀드 등을 통한 시끄러운 주주 행동이 현재로서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자사주를 포함한 시가 총액 계산은 불합리
김우진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국내 기업의 주식 시장에서 시가 총액을 계산할 때 자사주를 포함하는 관행에 문제를 제기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주가지수 산출 시에도 자사주가 포함된 시총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자사주 매입 및 매각 시에도 시총에 변동이 없는 것이다. 자사주 소각이 이뤄져야 시총에서 제외되는 구조다.
이는 자사주를 자산으로 인정하는 실무상 관행을 간접적으로 정당화하는 근거를 제공한다는 것이 김 교수 생각이다.
또한 김 교수는 “경영권 방어 목적 및 지주회사 전환 목적으로 자사주를 과다 보유하는 관행을 정당화하고 있”면서 “국내 기업들은 취득한 자사주의 대부분을 소각하지 않고 보유하거나 재매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사주를 상대적으로 많이 보유한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지수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결과를 낳는다. 즉 자사주 과다 보유 기업의 지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런 관행은 투자자들로 하여금 자사주 포함 시가총액이 진정한 시가총액으로 오해하도록 하는 심각한 부작용을 야기한다”고 비판했다.
발행주식 총수가 100만주이며, 이미 매입한 자사주는 50만주인 A라는 회사의 현재 주가가 10만원이라면 이 경우 이 회사 지분 전체를 매입하는 데 드는 비용은 500억원이다. 그러나 현재 이 회사 시총은 1000억원이 된다.
김 교수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 같은 방식으로 국내 기업 시총을 재계산한다”면서 “이는 자사주 50만주를 소각할 경우 현재 주가 10만원이 20만원이 돼 주가는 상승하고 시총은 불변일 것이라는 예측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국내 기업의 자사주 관련 활동은 기업가치에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다. 김 교수는 “실증 분석 결과 자사주를 상대적으로 많이 보유한 기업의 가치는 그렇지 않은 기업 비해 낮은 수준”이라면서 “자사주 소각은 차기의 기업가치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특히 김 교수는 “코스피 기업을 조사한 결과 자사주 소각이 매입보다 2배 주가에 긍정적 효과를 보였다”고 했다.
자사주 취득은 회사의 자산을 주주에게 배분하는 배당의 일환으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 교수는 “미국의 경우 취득 자사주는 실제 소각 여부에 관계없이 유통 주식 수에서 제외하고 시가총액 계산한다”면서 “국내 세법에서는 자사주 매각 이익 과세를 위해 자사주를 자산으로 인정한다”고 했다.
지주회사 전환 시 이 해석 남용되고, 자사주를 자산 취급하는 것이 자본시장 현장에서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실제로는 증자와 같음에도 경영권 방어를 위한 자사주 처분 시 주주 평등 원칙이 적용되지 않고 있다”면서 “인적분할 시 모회사에 분할 신주를 배정하는 자사주의 마법도 같은 이유에서 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시총 과대평가 등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자사주를 미발행 주식으로 보는 처리 관행 확립이 필요하다”면서 “단기적으로 자사주 제외한 시총을 발표하고, 중장기적으로 자사주 처분 시 주주평등원칙 적용과 인적분할 시 분할 신주 배정 금지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자사주→금고주, 주식 소각→주식 환매로 용어 바꿔야”
김형균 차파트너스자산운용 본부장은 자사주라는 명칭을 미국식 용어인 ‘금고주’로, 자사주 매입을 ‘주식 환매’로 바꿀 것을 제안했다.
자기 주식 매입은 대표적 자본 배분 방법 중 하나다. 자기 주식 매입은 배당과 같은 주주 환원 방식으로 많은 국가에서 세제 상 배당보다 유리해 배당보다 선호되는 경우가 많다.
김 본부장은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자기 주식 매입과 배당은 마치 돈 낭비인 것처럼 인식된다”면서 “특히 자기 주식 매입은 극히 저조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럼 주주 환원율이 97%에 이르는 미국은 기업이 번 돈 대부분을 낭비하면서도 세계 최강의 경제 대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가”라고 질문했다.
‘자기 주식을 매입하여 소각하는 것은 회사의 자산을 태워 없애는 것이므로 기업 가치에 해가 되는 행위’라는 오해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자사주 매입 소각 배당은 회사의 이익을 빨리 빼먹고 ‘먹튀’하려는 단기 투자자들에게나 좋은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김 본부장은 “자기 주식을 매입하면 해당 투자자에게 애초에 투자를 받지 않고 주식을 발행해 주지 않은 것과 동일한 결과가 된다”면서 “따라서 자기 주식 매입 결과로 회사에 귀속되는 자기 주식은 아무런 가치가 없는 휴지 조각에 불과하며, 단지 과거에 한 번 발행됐다가 회수된 주식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자기 주식을 미국에서는 ‘발행됐지만 상환된 주식’으로 표현한다.
김 본부장은 “취득한 자기 주식은 본질적으로 사용 기한이 지난 상품권과 같이 아무런 가치가 없는 종이에 불과하므로 자기 주식을 소각해서 없애버리든 소각하지 않고 남겨두든 자산성이 없다는 점에서 동일하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기 주식 매입과 같은 우리 용어는 그 본질적 의미를 호도하고 오해하게 만드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서는 주식 환매(share buyback/repurchase)라고 표현한다. 또한 자기 주식이라는 표현 대신 금고주(treasury stock)라고 쓴다.
김 본부장은 “시장에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용어를 미국식으로 변경할 것을 제안한다”면서 “자기 주식을 자산으로 취득하는 잘못된 인식과 오해가 주주 가치 파괴로 이어진다”고 비판했다.
그는 “자사주는 전체 주주의 공동 재산이라서 매각하면 안 되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가치가 없는 존재하지 않는 주식과 마찬가지므로 제3자에 매각하며 안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자기 주식을 투자 자산으로 보면 그 투자자산의 가치도 지분에 비례하여 증가하게 될 것인데, 그렇게 되면 이를 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는 발행회사의 가치가 다시 증가한다”면서 “그리고 이는 다시 투자자산인 자기 주식의 가치에 반영되고, 이러한 과정이 무한히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기 주식을 자산으로 인식하면 자기 주식 보유 기업의 가치는 무한히 늘어나거나 무한히 감소할 수 잇다는 논리적 모순이 발생하는 것이다.
자기 주식이 자산인지는 자기 주식의 처분 문제와 연결된다. 우리 법원처럼 자산으로 본다면 자유롭게 처분해도 문제가 없다는 판례가 가능하다.
김 본부장은 “반면 자기 주식이 자산이 아니면 회사가 소각하지 않고 보유하고 있는 자기 주식은 휴지 조각에 불과하며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으므로 자기 주식을 처분하는 것은 새로 주식을 발행하는 것과 같은 행위라고 볼 수 있다”면서 “따라서 자기 주식 처분 시에도 기존 주주에게 우선적으로 신주인수권을 배정해야 하고 경영상 긴급한 필요가 인정되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제3자에게 발행할 수 있게 하는 주식발행 규제가 적용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연말마다 자사주 매각하는 코스닥 상장사…이유는?
코스닥 상장사 토비스는 최대주주와 특수 관계인 지분율이 14.43%에 불과하다. 토비스는 의결권 기준일인 연말 직전에 자기 주식을 제3자에게 처분하는 빈도가 많다.
김 본부장은 “특히 소액주주들이 경영진 교체 등 주주 행동을 시작한 2015년 7월 이후 자기 주식의 제3자에 대한 처분 빈도와 규모가 늘었다”면서 “시장가 처분이 아닌 5% 이상 할인 처분도 빈번하다. 현금성 자산 수백억원인 회사가 투자 재원 확보 목적으로 자기 주식 10억원을 처분한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최대주주와 우호적인 관계에 있는 제3자에게 넘어간 자사주는 의결권이 부활돼 주주총회에서 최대주주 편을 든다.
적절한 자기 주식 매입은 오히려 국가 경제 시스템 전체적으로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것이 김 본부장 생각이다.
그는 “기업 레벨이 아닌 경제 시스템 전체 레벨로 이해해야 한다”면서 “자기주식 매입에 응해 출자금을 상환 받은 주주는 그 자금으로 더 생산성 높은 기업에 투자해 경제 시스템 전체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증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오히려 비영업 잉여 현금을 자기주식 매입 등을 통해 주주환원하지 않고 회사 내에 유보하여 자본생산성을 떨어뜨리는 행위가 국가적 낭비”라면서 “더구나 비영업용 잉여 현금흐름으로 자기 주식을 매입하면 회사의 영업가치에도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했다.
특히 주가가 기업 가치 대비 저평가 된 상태에서 자기주식을 매입하면 해당 기업 및 잔존 주주 입장에서도 오히려 이익이라는 설명이다. 정당한 가치보다 값을 덜 치르고 주식을 상환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김 본부장은 “미국은 자기 주식은 유통주식에서 배제함으로써 실질적으로 소각된 것과 마찬가지로 취급한다”면서 “영국은 자기 주식의 처분에 대해서는 주주의 신주인수권의 대상이 된다는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독일은 자기 주식을 법정 절차에 의하지 않고 처분하는 경우에는 신주 발행 절차를 따르도록 하고 있으며 이 경우 주주평등의 원칙과 주주의 신주인수권 등이 준용된다. 일본은 자기 주식 처분은 신주 발행과 동일한 절차를 거칠 것을 명문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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