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주들이 기업에 회계장부를 열람하고 복사하도록 요구하는 일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최근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과 형제들 간 소송에서 대법원이 이 부분을 분명히 했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실무상 주로 가처분을 통하여 해결되고 있는 회계장부 열람 등사 하급심 실무에도 주주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향으로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동안 하급심 판례는 ‘주주가 열람 등사의 청구 이유가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합리적 의심이 들 정도로 제시하여야 한다’는 논리를 근거로 허가 여부를 결정해왔다. 그러나 대법원이 이를 뒤집었다.
정태영 부회장의 아버지는 정경진 종로학원(현 서울PMC) 설립자다. 부친 별세 이후 재산 분쟁이 생기자, 정 부회장의 여동생 정은미씨가 서울PMC에 회계장부 열람 등사를 요구했다.
2심까지는 여동생이 패소했지만 대법원은 정은미씨의 손을 들어줬다.
상법 제466조 제1항에 따라 회사 발행 주식의 총수 중 100분의 3 이상에 해당하는 주식을 가진 주주는 회계장부 등에 대한 열람 등사를 요구할 수 있다. 재무제표의 열람만으로는 충분한 정보를 얻기 어렵기 때문에 위와 같이 재무제표의 기초를 이루는 회계장부와 회계서류까지 열람하거나 등사할 수 있는 권한을 주주에게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해당 조문이 ‘이유를 붙인 서면으로’ 열람 등사를 청구할 수 있다고 한 점을 근거로 그동안 합리적 이유를 대지 못했다는 이유로 청구가 불허되는 일이 있었다.
이번 판례는 회사로 하여금 열람 등사에 응할 의무의 존부나 열람 등사 대상인 회계장부와 서류의 범위 등을 손쉽게 판단하도록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지, 주주의 회계장부 열람 등사권의 행사요건을 엄격히 제한하려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대법원은 한발 더 나아가 열람 등사 청구 이유가 허위사실에 근거한 것이라든지 부당한 목적을 위한 것이라든가 하는 사정은 회사가 주장 증명하여야 하고, 주주가 열람 등사 청구 이유 존부에 관한 증명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했다. 주주 입장에서는 입증 부담도 덜게 됐다.
안영수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대법원 판례는 대표소송 등 이사의 책임을 추궁하기 위한 전제로 회사의 업무나 재산상태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수단적 권리인 주주의 회계장부 열람 등사권 행사를 폭넓게 보장함으로써 주주에 의한 경영 감독을 강화하려는 추세로 이해된다”고 설명했다.
안 변호사는 “특히 2020년 말 상법 개정으로 상장회사의 소수주주권 행사가 용이하게 되었고 다중대표소송이 허용됨에 따라 회계장부 열람 등사권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경영을 감독하려는 주주행동주의의 흐름이 더욱 촉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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