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들, 홍콩 증시 과도한 하락 판단에 자사주 매입
지난해 홍콩 항셍지수는 14% 하락해 전체 글로벌 주식시장에서 가장 부진했다. 중국 정부의 반독점 규제, 사교육 금지, 부동산 기업의 디폴트 우려 등이 반영된 결과다.
그런데 홍콩 주식 시장의 자사주 매입 규모는 2021년 한 해 동안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11일 NH투자증권에 따르면 2021년 총 191개 상장사가 382.5억 홍콩달러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작년 2분기부터 홍콩 자사주 매입이 활발해졌는데 특히 하반기 시장이 폭락하기 시작하면서 절정에 달했다. 업종별로는 통신∙정보기술, 부동산∙건설, 소비 등 주가 조정이 두드러졌던 업종들에서 주로 자사주의 매입이 이뤄졌다.
박인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자사주 매입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2021년 인터넷, 교육 등 중국 규제 정책 영향으로 항셍지수 내 일부 회사의 주가가 이미 기업 가치를 크게 밑돌았기 때문”이라면서 “자사주 매입은 회사의 미래 발전에 대한 경영진의 믿음을 시장에 전달하고, 어느 정도 주가를 안정시키는 수단으로 활용됐다”고 설명했다.
샤오미는 지난해 3월부터 자사주를 매입하기 시작해 연간 누적 약 3.4억주를 매입했으며 매입 규모는 84억홍콩달러를 웃돈다. 텐센트도 지난해 8월부터 자사주를 매입하기 시작했다. 9월에는 거의 매거래일마다 자사주를 매입해 한 달 동안 총 26억홍콩달러 규모의 558만주를 매입했다.
다만 자사주 매입 이후 2021년 4분기에 샤오미와 텐센트의 주가는 약세 흐름을 이어갔는데 이는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 중국 정부의 정책 리스크가 쉽사리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대규모 자사주 매입 때마다 홍콩 증시 올랐다
해가 바뀐 2022년에도 자사주 매입은 지속되고 있다. 지난 1월 5일 텐센트는 3개월만에 다시 자사주를 매입하기 시작해 2억홍콩달러를 들여 47만주를 매입했으며, 6일에도 추가적으로 47만주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2021년 말에 징둥도 이사회가 2020년 3월 승인받은 자사주 매입 계획의 승인 금액을 20억 달러에서 30억달러로 늘리고 매수 기간을 2024년 3월 17일까지 연장할 것을 승인했다고 공시했다.
박 연구원은 2008년 이후 홍콩 주식시장은 총 5차례의 대규모 자사주 매입을 경험했는데 모두 약세장에서 발생했다”면서 “항셍지수와 자사주를 매입한 기업 수는 역의 상관관계를 나타냈으며 대규모의 자사주 매입은 시장의 단계적 저점을 암시하며 그 이후의 시장 상승을 동반했다”고 분석했다.
2008년 항셍지수가 48.3% 하락하면서 상장사들이 총 175억 홍콩달러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그 이후 12개월(2009년 1~12월) 동안 항셍지수는 52.0% 상승했다. 또한 2011년 7월~2012년 6월 사이 항셍지수가 13.2% 하락했는데 홍콩 상장기업은 총 121억홍콩달러를 들여 자사주를 매입했다.
그 이후의 6개월(2012년 7월~12월) 동안 항셍지수의 수익률은 16.5%를 기록했다. 또 다른 대규모 자사주 매입 시기는 2015년 7월에서 2016년 12월이었다.
해당 기간동안 항셍지수가 16.2% 하락했고 상장사들이 409.8억홍콩달러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그 이후의 13개월 동안 항셍지수는 49.5% 상장하면서 2018년 1월에 3만 3000포인트를 돌파하기도 했다.
박 연구원은 “과거 경험을 참조해보면 금번 2021년 2분기부터 시작된 대규모 자사주 매입은 향후 홍콩 시장 상승의 선행 시그널이 될 수도 있다”면서 “자금 흐름을 볼 때 홍콩 주식시장에서도 긍정적인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고 했다.
지난 2021년 12월 해외 액티브 펀드 자금을 통해 6주만에 홍콩 주식시장에 3.2억달러가 순유입됐다. 홍콩 주식시장은 외국 기관 비중이 높아 외국인 투자자들이 가격 결정권을 가지고 있다.
박 연구원은 “2021년 이후 외국인 투자자들이 중국 정부에 대한 불신, 미중간 갈등 등 정책 및 정치 리스크에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해왔다”면서 “다만 인터넷 업종에 대한 정책 가이드가 2021년 ‘자본의 무질서한 확장 방지’에서 2022년 ‘규범화하에서의 발전’으로 바뀐만큼 정부의 규제 리스크는 정점을 지나고 있다”고 봤다. 홍콩 증시의 상승세에 베팅한 것이다.

미국 증시, 애플·MS·페이스북·구글이 자사주 매입 주도
KB증권에 따르면 S&P 500 기업의 3분기 자사주매입 규모는 전년동기 대비 134% 증가하면서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4분기도 35% 성장이 예상된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메타 플랫폼스의 자사주매입 비중은 전체의 24%에 달한다.
미국의 3분기 자사주매입 규모는 2307억 달러로 전년 대비 134% 증가하면서 가장 많은 자사주매입을 했던 2018년 4분기의 2177억 달러 기록을 넘어섰다. 금리 인상 수혜를 입고 있는 금융 업종이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IT와 커뮤니케이션 서비스가 그 뒤를 이었다.
증권업계 예상치 평균 기준 4분기 예상 자사주매입 규모는 1640억 달러로 전년 대비 34.9%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1년 4분기 예상치 포함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의 자사주매입 비중은 전체의 30%에 달하고,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페이스북 4개 기업의 규모는 24.1%에 달할 정도로 높다. 시총 1위 애플이 자사주 매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7%로 절대적이다. 시가총액 상위 20개 기업의 비중은 39%로 나타났다.
자사주 매입하면 1주당 가치 높아져
자사주매입 증가에 따라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도 함께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자사주매입은 주식 수를 감소시켜 1주당 가치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김세환 KB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시장에서 미국 시장은 가장 주주친화적”이라면서 “지난 10년 기준 미국의 총 주주환원율(전체 순이익에서 배당과 자사주매입 비중)은 89%로 미국 제외 선진국(68%), 이머징 시장(38%), 중국(31%), 한국(28%)을 넘어선다”고 설명했다.
자사주매입은 주식수를 감소시켜 기업의 주당순이익에 즉각적인 영향을 끼치므로, 자사주매입의 증감에 따라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도 함께 움직인다.
S&P 500 기업의 2021년 순이익은 1.87조 달러가 예상되는데, 자사주매입의 비중은 순이익의 41%인 0.8조 달러에 달한다. 기업들의 순부채 비율은 30.4%로 최근 정점을 찍은 2019년 34.7% 대비 양호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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