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진’ 정몽규…주가 내리자 그룹 지배력 늘렸다

회사 측 “주가 방어 위한 매수”

정몽규 회장 [사진=HDC]

그룹 회장직은 놔두고…현산 회장직만 던진 정몽규


광주 화정동 현대산업개발 아파트 붕괴에 대한 책임으로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현대산업개발 회장직에서 사퇴했다. 그러면서도 정 회장 측은 지주사 HDC 지분을 늘리고, HDC는 현대산업개발 지분을 늘렸다. 주가가 급락한 타이밍을 지배력 강화에 활용한 것이다.

17일 정 회장은 서울 본사에서 기자 회견을 열고 미등기 임원인 회장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다만 그룹 회장직은 그대로 유지한다는 점에서 형식적인 사퇴라는 비판이 나온다. 사실상 HDC가 현대산업개발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이상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정 회장은 “사퇴로써 제가 책임에서 벗어난다 생각하지 않는다”며 “대주주의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완전 철거와 재시공은 “안전점검에서 문제 있다고 나오면”이라는 조건을 걸었다.

이날 공시에 따르면, 지주회사 HDC는 최근 현대산업개발 100만 3407주(1.52% 지분)를 장내 매수했다. 약 199억원 규모 주식이다. 그러면서 지분이 41.52%로 늘었다.

HDC현대산업개발 주가 흐름 [자료=네이버 증권]

“HDC, 현산 주식 추가 매수할 수 있어”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향후 필요한 경우 HDC는 HDC현대산업개발 주식을 추가로 매수할 수 있다”며 “회사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앞으로 HDC와 정몽규 회장이 계속 노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 2018년 인적분할로 지주회사를 설립했다. 이후 HDC는 꾸준히 현대산업개발 지분을 늘려왔다. 작년 7월 3만 3400원까지 올랐던 현대산업개발 주가는 17일 장중 1만 7800원으로 떨어졌다. 6개월 만에 반 토막이 난 것이다.

이 기회를 지주회사가 지배력을 늘리는 계기로 활용한 셈이다. 지주회사가 자회사 지배력이 높을수록 배당이 늘어나는 등 나쁠 것이 없다.

지주회사 HDC 등 다른 계열사 주가도 크게 하락했다. HDC 주가도 사고 이후 1만원 선이 깨진 이래 17일에는 8000원선 밑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HDC 주가 흐름 [자료=네이버 증권]

HDC 주가도 내리자 28억 들여 매입


이 상황에서 정 회장은 자신이 100% 지분을 가진 비상장 회사 엠엔큐투자파트너스를 이용해 HDC 주식 32만9008주(0.55%)를 매수했다. 약 28억원 어치 주식이다. 그러면서 지분이 3.41%로 늘었다.

엠엔큐투자파트너스는 대표자가 김줄리앤으로 돼있다. 미국 국적자인 정 회장의 부인(한국명 김나영)이다.

엠엔큐투자파트너스 주소지는 송파구 주택가의 한 건물 4층이다. 흥미로운 점은 외관상 이 건물은 1층을 편의점이 쓰고 있고, 3층까지 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 건물 옥탑방이 있다고 해도 재벌 회장이 쓸만한 곳도 아닐 것이다.

엠엔큐파트너스 사옥 [사진=네이버 지도]

지주사 지분 3.41% 가진 페이퍼 컴퍼니…상속세 절세 도구


엠엔큐투자파트너스는 정 회장의 승계를 위한 서류상의 회사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2018년 지주회사 설립 과정에서 만들어졌다. 이 회사는 HDC, HDC아이서비스, HDC아이앤콘스, HDC자산운용 등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엠엔큐투자파트너스는 HDC 주식을 담보로 79억원이나 대출을 받기도 했다. HDC 주가가 내리자 즉각 방어에 나설 이유가 있는 셈이다. 주가가 크게 하락하면 담보권이 실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정 회장이 보유한 지분을 이 회사가 가져서 얻는 이점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이점은 정 회장의 자녀들이 해당 지분을 직접 승계할 때 내는 세금보다 이 비상장 회사 엠엔큐투자파트너스를 물려받는 세금이 더 낮다는 점이다.

33.68% 지분을 가진 정 회장 외에도 세 아들 정준선(29)·정원선(27)·정운선(25)씨는 각각 HDC의 0.40%, 0.28%, 0.18%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HDC 주가가 약세를 보일 때마다 지분을 매수해왔다.

정준선 교수 [사진=카이스트]

카이스트 교수된 장남, 경영권 승계할까


이 와중에 최근 정 회장 장남 정준선씨는 최근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부 조교수로 임용돼 눈길을 끌었다.

그는 초등학교 때부터 영국에서 유학했다. 이튼스쿨을 나와, 옥스퍼드대학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땄다. 주요 연구분야는 머신러닝, 음성신호처리, 컴퓨터 비전이다.

공간 AIoT(인공지능+사물인터넷) 플랫폼 기업 HDC랩스 역시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디지털 트윈 등 핵심 기술 확보 계획을 밝혔다. 정 교수의 연구분야와 겹친다.

IT 솔루션 전문 기업 HDC아이콘트롤스가 부동산 서비스 회사 HDC아이서비스를 흡수합병하면서 HDC랩스가 출범했다.

합병 전 아이콘트롤스는 HDC 지분이 28.95%며, 정 회장 지분은 28.89%였다. 아이서비스는 최대주주가 HDC(56.6%)로 정 회장 지분은 없었다. 합병 비율은 1 대 0.671로 정해 정 회장 지분이 있는 아이콘트롤스에 유리하게 책정됐다.

오너 일가 직접 지분이 있는 데다 사업 역량을 펼칠 수 있는 HDC랩스가 경영권 승계의 발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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