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스타트업 김대표’ 트위터와 벤처 버블

트위터 캡쳐

 

최근 벤처업계에서는 ‘스타트업 김대표’라는 트위터 계정이 화제다. 물론 실제 스타트업 CEO가 운영하는 계정은 아니다. 자신의 신상 정보를 적지 않거나 가짜 정보를 써놓은 ‘가계정’이다.

벤처업계 경영진들을 풍자하는 트윗을 읽던 업계 종사자들은 눈물이 쏙 빠질정도로 웃었다고 고백한다. 스타트업 김대표는 어떤 사람일까.

1980년대생으로 강남에서 초중고등학교를 나왔다. 국내외 명문대 학사나 석사 학위도 더해진다. ‘패기’, ‘열정’, ‘소셜 임팩트(사회적 영향력)’같은 용어나 ‘J 커브 성장’, ‘퀀텀 점프’같은 경제 신문에 나올 단어를 즐겨 쓴다. ‘블록체인’, ‘메타버스’, ‘NFT’같은 최신 트렌드에도 민감하다. 

하지만 말만 번드레할 뿐 하는 행태는 중소기업 악덕 업주와 크게 다를 것이 없다. 그럴싸한 말로 포장하면서 투자 유치에만 혈안이 됐다. 투자 유치용으로 찍은 프로필 사진은 꼭 팔짱을 꼈다. 스타트업 김대표 트윗에 열광적인 반응은 실제로 이런 스타트업 대표들이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도 그럴 것이 시장에 돈이 넘치고 있어서다. 누구나 대표가 되는 시대다. 제대로 된 사업 모델도 매출 실적도 없이 수십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하는 것은 일도 아니다. 무조건 덩치를 키우고 보겠다며 동종 업계 스타트업을 합병하는 투자 전략도 사용된다.

자질이 없는 스타트업이 말아먹는 것은 결국 남의 돈이라는 점이 문제다. 일부는 또한 정부 예산이기도 하다.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은 “스타트업의 평균은 ‘실패’다”라고 말했다. 실패하는 것도 응원해야 하는 것이 스타트업이지만, 실패할 것이 뻔한데도 스타트업이라는 이유로 용인돼서는 안 된다.

최근 몇몇 스타트업 관계자들을 겪으면서 느낀 점이 있다. 꽤 이름있는 스타트업이고 투자를 유치한 곳이더라도 주먹구구식 경영에 제대로 된 고객·거래처 대응 매뉴얼도 없는 영세 기업이 많다는 점이다.

스타트업 투자에 대한 과열 현상은 그런 ‘시한부’ 기업에 산소 호흡기를 붙여준다. 그뿐만 아니라 법인카드와 대기업 수준의 복지까지 안겨준다. 일반 직원들까지 그런 혜택을 누릴 수 있다면 모르겠지만, 직원들은 쥐어짠다는 점에서 여느 기업과 다를 것도 없다.

최근 카카오에서 노조가 대표이사 내정자의 선임을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일이 있었다. 주식매수청구권을 대규모로 받은 임원들만 수백억원대 차익을 남긴 것에 대한 반발이 큰 원인이 됐다.

성공하지 못할 스타트업 투자에 돈이 몰리면서 만든 벤처 버블의 끝을 경계한다. 함부로 투자하는 것도 마찬가지지만, 함부로 스타트업이라는 허울 좋은 이름에 속아 직장을 결정할 일도 아니다.

‘남 좋은 일’이라도 하면 다행이지만, ‘누구에게도 좋지 않은 일’로 인생을 허비할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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