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사위 통과 무산…박용진·오기형·이용우 반대
벤처기업 창업자의 지분에 복수 의결권을 부여하는 차등 의결권 제도. 벤처기업의 창업자가 지분 희석에 대한 우려 없이 대규모 자금을 손쉽게 유치함으로써 벤처기업이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도록 하자는 취지다. 미국 등에서는 광범위하게 인정되고 있다.
심지어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20년 8월 청와대에서 열린 ‘K+벤처’ 행사에 참석, “비상장 벤처기업의 복수의결권 주식 발행 허용 법안이 조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국회에 협조를 구하겠다”고도 했다. 어쩌면 올해 첫 국회 본회의에서 차등 의결권제도 도입 통과가 가능할지도 몰랐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용진, 오기형, 이용우 의원이 공개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내면서 일단 본회의 상정은 막았다. 이들은 1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차등 의결권을 다루기 전에 성명을 발표한다.
이들 의원들은 “벤처 투자는 창업자의 기술과 경영능력을 보고 장기 회수를 목표로 이루어지므로 경영권을 위협할 이유가 없다”면서 “따라서 복수의결권 주식의 발행 없이도 주주 간 사적 계약으로 벤처기업에 대한 창업자의 경영권을 보장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들은 “미국의 경우도 복수의결권 제도는 벤처기업 초기부터 도입하는 것이 아니고 주식시장 상장 직전에 복수의결권 주식을 발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면서 “상장으로 인한 지분 희석에 대비하여 검증된 창업자의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발행하는데, 그 바탕에는 소액주주의 이익 보호 원칙이 철저하게 지켜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들 의원들은 “비상장 벤처기업에 한해 복수의결권을 도입한다고 하지만 일단 도입할 경우 다른 기업들에게도 복수의결권 도입하자는 주장이 거세게 일 것”이라고도 했다.
결국 법사위는 차등 의결권 법안을 계류시킨다. 소관 상임위인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직권으로 본회의 부의를 요구할 수 있는 상황이다.

벤처기업협회 “재벌 악용 방지 충분히 가능해”
그러자 벤처기업협회는 10일 “재벌 대기업의 편법 경영권 승계 악용 차단, 엄격한 주주 동의를 통한 발행, 소수주주 및 채권자 보호를 위한 복수의결권 행사 제한 등 부작용 방지를 위한 충분한 안전장치가 마련돼 있다”면서 법안 통과를 촉구했다.
협회에 따르면 벤처기업의 88%가 복수의결권 주식 도입을 희망하고 벤처캐피털도 66%가 찬성했다. 또 벤처기업의 56%가 “투자 발생 시 지분 희석을 우려한다”라고 밝혔다.
다만 선거를 앞두고 국민 여론과 무관한 ‘친기업법’을 통과할 가능성은 크게 높지 않은 상황이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한국경제에서 재벌 일가가 갖는 영향력을 고려할 때, 차등 의결권 도입에 따르는 사회적 부작용 및 예측되는 악용 사례 등에 대한 보다 깊이 있는 논의를 통해 벤처기업과 스타트업에는 혁신과 성장의 기회를 부여하면서 재벌 대기업의 세습 방안으로 전락할 수 있는 창구는 제거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