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의 착시 넘어야”…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 한국형 행동주의 ‘우호적 관여’ 강조

류영재 대표 [사진=서스틴베스트]

▶ “엑셀 숫자만으로 기업 압박…장기 가치 훼손 우려”
▶ 캘퍼스도 ‘부끄럼 전략’ 접었다…비공개 관여로 전략 전환
▶ “한국형 행동주의는 우호적 관여·컨설팅 투자로 진화해야”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가 한국 주주행동주의의 방향성을 두고 ‘숫자 중심 압박’의 한계를 지적하며 장기적 관여 중심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 류 대표는 21일 페이스북을 통해 일부 행동주의가 재무 지표와 밸류에이션 숫자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며, 한국 자본시장에 맞는 진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행동주의 캠페인이 기업을 압박할 때 정교한 엑셀 기반 밸류에이션과 피어그룹 비교가 강력한 설득력을 가지지만, 실제 경영은 숫자로만 설명하기 어려운 복잡한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과거 ESG 업계 투자 심사 과정에서 화려한 숫자에 기반한 투자가 실패로 끝난 사례를 언급하며, 현장의 맥락과 산업 이해 없이 재무 모델만으로 기업을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행동주의의 효과 역시 단선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벱척(Lucian Bebchuk) 등의 연구가 장기 성과 개선 가능성을 보여준 반면, 간체프(Gantchev) 연구는 위임장 대결 비용이 평균 1000만 달러를 넘는 등 경제적 부담이 크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소액 지분으로 반복적으로 안건을 제기하는 이른바 ‘가드플라이(gadflies)’ 행동주의가 기업 전략 집중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학계 논의도 소개했다.

특히 류 대표는 미국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CalPERS)의 전략 변화 사례를 강조했다. 캘퍼스가 과거 ‘포커스 리스트’를 통해 공개적으로 기업을 압박하는 ‘부끄럼 전략(Name & Shame)’을 사용했지만, 2010년 이후 비공개 관여 방식으로 전환한 것은 공개적 갈등이 장기적으로 기업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한국 주주행동주의가 영미권의 과거 기업사냥꾼 시대를 뒤따르는 초기 단계에 있다고 진단하면서도, 후발 시장의 장점을 살려 시행착오를 반복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영미식 모델을 기계적으로 따라가기보다 국내 시장의 문화와 제도 환경에 맞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류 대표는 한국 사회가 체면과 공동체성을 중시하는 특성을 가진 만큼 공개적 폭로전이나 적대적 캠페인은 경영진의 방어적 대응을 촉발해 기업가치를 훼손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대신 장기 지분 보유와 산업 전문성을 기반으로 한 비공개 대화, 이른바 ‘건설적·우호적 관여(Amicable Engagement)’가 한국형 행동주의의 핵심 방향이 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기업과 같은 배를 탄 장기 파트너로서 신뢰를 쌓고 비공개 협의를 통해 해결책을 제시하는 ‘컨설팅 투자’ 방식이 바람직하다”며, 단기 주가 부양에 집중하는 포퓰리즘적 행동주의는 자본시장 생태계를 훼손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책임 있는 행동주의가 자리 잡을 때 한국 자본시장의 ‘코리아 프리미엄’ 시대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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