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 법사위 상법 공청회서 “승자독식은 효율·안정 위한 원리…외국계 펀드에 이사회 내줄 위험” 경고

1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상법 개정안 공청회에서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논의가 기업을 분열과 투쟁의 장으로 만들고, 대주주의 경영권을 과도하게 압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기업은 세계 시장에서 ‘죽기 아니면 살기’로 경쟁하는 조직인 만큼 지휘체계와 의사결정의 효율성이 흔들리면 성장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먼저 기업의 본질을 “함께 빵을 먹는 조직”으로 비유하며 정치와 마찬가지로 승자독식 구조가 안정성과 효율성을 위해 작동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사는 군대로 치면 장군”이라며 장군 자리는 나눠 갖는 자리가 될 수 없다고 했다. 이사회가 비례대표식 자리 배분으로 흐르면 내부 갈등이 커지고 전략·투자·인사 등 핵심 의사결정이 지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핵심 쟁점인 집중투표제에 대해서는 이사회가 대리전의 전쟁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부적격한 이사의 선임 가능성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현재도 기업들은 사외이사 후보를 찾고 검증하는 데 수개월의 시간과 비용을 들이며 기관과 해외 투자자들에게 후보 필요성을 설명하는 절차를 거치는데, 집중투표가 의무화되면 이런 검증 과정 밖에서 후보가 급부상해 이사회에 진입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를 역차별로 규정하며 엄격한 검증 없이 특정 집단 추천만으로 이사가 선임되면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미국과 일본의 역사도 근거로 제시했다. 미국과 일본이 과거 집중투표를 의무화했다가 부작용을 이유로 사실상 후퇴했다는 점을 들어 한국이 같은 길을 되풀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미국의 일부 연기금이 집중투표를 채택한 기업에 투자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투자 방침이 존재한다고 언급하며 집중투표가 경영 비효율과 분쟁을 키운다는 문제의식이 해외에도 있다고 강조했다.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와 3% 의결권 제한에 대해서는 더 강한 문제 제기를 했다. 그는 3% 룰이 외부감사와 금융감독 체계가 미비했던 시절 도입된 제도임에도 60년 넘게 유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감사위원은 감사 이전에 이사인데 이사 구성권을 제약하는 방식으로 설계되는 것은 주주평등과 의결권 비례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지주회사에 대한 충격이 특히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주회사 감사위원은 자회사 감사까지 연동되는 경우가 많아 정부가 장려해 온 지주회사 체제와도 충돌할 수 있다고 했다. 제도 변화가 현실화되면 기업들이 규제를 피하기 위해 자산을 2조원 미만으로 낮추려는 유인을 갖게 될 것이라며 분할이나 자산 매각 같은 ‘규제 회피형 구조조정’이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런 현상을 “피터팬 증후군”에 비유하며 기업이 커지려 하지 않는 유인이 생기면 국가 성장 전략과도 어긋난다고 말했다.
외국계 펀드의 영향력 확대 가능성도 제기했다. 외국인 지분이 높은 대기업의 경우 제도 결합에 따라 외국계 주주가 이사회와 감사위원 선임에서 유리해질 수 있다는 시뮬레이션을 제시하며 특정 타깃을 정해 움직이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 시장에서 과거 행동주의 펀드들이 경영권 분쟁을 촉발했던 사례들을 거론하며 새 제도가 이사 자리 요구를 제도적으로 쉽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여러 펀드가 느슨하게 공조하는 이른바 ‘늑대떼 전략’ 가능성도 언급했다.
최 교수는 결론적으로 최근 상법 개정이 시행도 되기 전에 추가 개정을 연속 추진하는 방식 자체가 기업 불확실성을 키운다고 비판했다. 하나의 법률을 시행해 보지도 않고 연속적으로 개정하면 기업은 혼란 속에서 장기 전략을 세우기 어려워질 것이라며 제도 변화의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