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사회 형해화 지적…“집중투표·감사위원 전원 분리선임 필요했다”
지배권 상실론에 반박…“실제 활용 확률 낮아 과도한 공포였다”
충실의무와 제도는 보완 관계…“표 대결은 공격 아닌 주주 판단 절차였다”
1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상법 개정안 공청회에 진술인으로 출석한 김우찬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는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분리선임 확대가 “형해화된 이사회를 정상화하기 위한 최소 장치”라고 밝혔다. 대주주 지분이 높은 한국 기업 현실에서 통상 결의 방식으로 이사를 선임하면 대주주가 이사 선임을 독식하는 구조가 고착돼 이사회가 감독 기능을 상실했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주식회사에 이사회를 두는 이유는 대주주나 경영자로부터 독립적인 감독을 받기 위한 것”이라며, 현재 제도는 그 취지를 제대로 구현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집중투표제와 감사(감사위원) 선임 시 의결권 3% 제한이 바로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고 고안된 제도였지만, 실제로는 유명무실해졌다고 지적했다. 집중투표제는 정관으로 배제한 회사가 90%를 넘었고, 3% 의결권 제한 역시 분리선임 구조로 효력이 약화됐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상법 개정 방향으로 세 가지를 제안했다. 첫째, 자산 2조 원 이상 회사에는 감사(위원)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했다. 둘째, 2조 원 미만 회사에는 집중투표제 도입·배제를 위한 정관 변경 시 대주주 의결권을 ‘개별 3%’로 제한하는 장치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셋째, 감사위원은 ‘전원 분리선임’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특히 감사위원 전원 분리선임을 강조한 배경으로 “2명 이상만 분리선임하도록 하면 회사가 결국 최소치만 맞추려 할 가능성이 높고, 분리선임되지 않은 감사위원이 다수로 남으면 감사위원회의 독립성이 손쉽게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거버넌스 개혁을 진정으로 원한다면 분리선임되는 감사위원 수가 전체의 3분의 2 이상이 되도록 하는 대안도 같은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도 했다.
재계가 제기하는 ‘지배권 상실’ 우려에 대해 김 교수는 실효 가능성이 과장됐다고 반박했다. 그는 집중투표나 감사위원 분리선임을 실제로 활용하려면 높은 요건과 막대한 비용이 수반된다고 강조했다. 이사 후보 상정을 위한 요건이 까다롭고, 집중투표 청구 요건도 엄격해 “자동판매기에서 콜라를 뽑듯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실제 사례를 근거로 “10년에 걸쳐 집중투표가 실제 적용된 사례는 3건에 불과했고, 회사당 연평균 4.3% 수준이었다”고 설명했다. 2020년 도입된 감사위원 1인 분리선임도 “5년간 33건 수준으로 확률로 따지면 3.3%에 불과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설사 제도를 활용해 지배권이 이전되는 경우가 있다 해도, 그 상황은 대주주·경영자 문제가 심각한 경우일 가능성이 크고 오히려 바람직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주주총회 표 대결을 ‘경영 침탈’로 보는 시각에 대해서도 “대화를 통한 합의가 실패했을 때 다른 주주들의 판단을 구하는 과정”이라며, 대주주가 주주를 협의의 대상으로 보지 않거나 사적 편익을 잃기 싫어 대화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주장했다.
행동주의 펀드에 대해서는 “특정 주주의 이익만 추구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주주제안으로 이사를 선임시키려면 다른 주주들의 동의가 필수여서 결과적으로 ‘광범위한 주주 설득’을 거치게 됐다고 봤다. “무리한 배당 요구로 회사 가치가 하락하면 행동주의 펀드도 주주로서 손해를 보게 돼 이론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도 했다. 그는 미국 사례를 들어 행동주의 개입이 장기 성과에 긍정적이었다는 연구 결과가 존재했다고 언급했다.
‘위헌 소지’ 주장에는 정면으로 반박했다. 김 교수는 “현행 보통결의 방식이 대주주의 이사 선임 독식을 고착화하면서 비례대표성 원칙을 훼손하고 다른 주주의 재산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사회의 독립성을 높이기 위한 장치를 도입하는 것을 위헌으로 몰아가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헌법 119조 2항 등으로도 정당화될 여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글로벌 스탠더드 역행’ 논란에 대해서는 “집중투표 의무화 국가가 많지 않고, 3% 의결권 제한·감사위원 분리선임은 한국만의 제도”라면서도 “각국은 소유구조에 맞춰 독창적 장치를 갖고 있다”고 했다. 이스라엘의 ‘외부 주주 추천 독립이사’ 제도, 이탈리아의 ‘후보명부(list) 기반 선임과 차점 명부 최소 1인 이사회 진입’ 등을 예로 들며, 대주주 지분이 높은 나라일수록 ‘독립성 확보 장치’가 필요하다는 논리를 폈다.
김 교수는 제도 남용 우려를 줄이기 위한 보완책도 제시했다. 감사위원 분리선임에서 ‘대주주만 합산 3% 제한을 받는 역차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보고, 감사위원 후보를 추천한 주주 측도 특수관계인과 합산해 3% 의결권 제한을 적용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이렇게 하면 지분 쪼개기를 통한 우회와 내·외부 주주 간 역차별을 완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그는 2025년 7월 3일 도입된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와 이번 논의가 대체 관계가 아니라 보완 관계라고 강조했다. 충실의무가 제대로 작동하면 주주들이 비용과 시간을 들여 표 대결까지 갈 유인이 줄어든다고 봤다. 그는 “주주들은 먼저 이사들이 회사와 주주를 위해 행동하길 기대했고, 그 기대가 무너지면 비공개·비적대적 협의에 들어갔고, 그것마저 실패할 때 예외적으로 표 대결을 택했다”고 정리했다. 그러면서 “표 대결은 공격이 아니라, 다른 주주들에게 경영진과 주주의 제안 중 어느 쪽이 타당한지 판단을 구하는 절차였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