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국립대 신장섭 교수, 국회 법사위 상법 공청회서 “미국도 강제소각 규정 없어…규제는 ‘처분’이 아니라 ‘매입’과 ‘남용’에 맞춰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13일 ‘자기주식(자사주) 원칙적 소각 의무화’ 등을 담은 상법 개정안을 놓고 공청회를 연 가운데,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교수는 “어느 나라에도 소각을 강제하는 규정은 없다”며 자사주 강제소각 논리를 정면 비판했다. 신 교수는 특히 “회계 문구를 근거로 상법을 바꾸자는 건 ‘회계 근본주의’”라며, 자사주 문제의 해법은 “소각 원칙”이 아니라 “매입 규제·유연한 활용·투명 공시·남용에 대한 강한 사후 제재”라고 주장했다.
“공감 가능한 팩트부터…상법은 나라별로 다르고, 소각 강제는 없다”
신 교수는 먼저 “불필요한 논쟁을 줄이려면 공감·공유할 수 있는 팩트 확인이 중요하다”고 전제한 뒤, 몇 가지 ‘사실’로 논의를 정리했다.
그는 빅테크의 M&A는 현금·신주·자사주를 섞어 쓰는 ‘패키지’로 이뤄지고, 상법은 미국도 주(州)마다 다르고 각국도 달라 “글로벌 스탠다드라고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자사주 규제도 나라마다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다면 ‘어느 나라도 소각을 강제하는 규정은 없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또 “회계 기준과 상법은 다르다”며 “회계 문구로 상법을 이렇게 바꿔야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델라웨어는 ‘금고주’…미발행 전환도 ‘소각’ 아냐, 언제든 재발행”
핵심 쟁점인 ‘자사주=미발행 주식’ 논리도 비판했다. 신 교수는 미국 상장사의 상당수가 법인을 두는 델라웨어를 예로 들며, 델라웨어에서는 자사주를 “미발행으로 취급하지 않고 트레저리 스톡(금고주)로 회사에 들어와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수정 표준 회사법(RMBCA)’을 택한 주(州)들의 경우 미발행 전환 개념이 있지만, 이 역시 “이사회가 언제든지 재발행할 수 있어 ‘소각’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를 “총을 갖고 있느냐(델라웨어) vs 총을 분해해 갖고 있다가 필요하면 조립하느냐(RMBCA)”에 비유하며 “유통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똑같다”고 말했다.
또 신 교수는 국내 ‘자사주 소각론’이 “자본 차감 항목만 떼어내 델라웨어·재발행 가능성 등은 빼고 즉각 소각 의무화를 말한다”며 “회계 근본주의”라고 직격했다.
“자사주 매입은 주주환원만이 목적 아니다…소각하면 활용 자체가 막힌다”
신 교수는 자사주 매입의 목적을 ‘주주환원’으로만 좁히는 시각에도 반대했다. 그는 자사주 활용이 M&A, 옵션·보상, 신호(signaling), 자본구조 조정 등 여러 목적을 갖는다고 언급하면서, “소각을 해버리면 활용을 할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자본 효율화(자본구조 조정)는 목표가 ‘효율화’인데 주가 상승은 결과일 뿐인데, 그 결과를 목적으로 전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영권 방어 논란, ‘원죄’는 제도 변화…문제 있으면 ‘빈대약’을 쳐야”
자사주가 경영권 방어에 쓰였다는 비판에는 “역사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며 반론을 폈다. 신 교수는 과거 지주회사 금지·순환출자 구조에서 지주회사 전환으로 정책이 바뀌는 과정 등을 언급하며 “그때 유일하게 남아 있는 수단이 자사주 활용”이 됐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들이 무슨 죄가 있는 듯이 말하는데 ‘원죄는 정부’에 있다”고 했다.
신 교수의 결론은 “문제가 되는 3자(제3자) 인수·처분이 있으면 그 문제를 고치면 되지, 소각을 의무화하는 건 빈대 잡겠다고 초가삼간을 불태우는 것”이라는 비유였다. 그는 “140조 원(자사주 규모)을 불태워 없애서 누구에게 줬나. 성장이 늘고 고용이 늘고 분배가 좋아지나”라며 “이론을 이야기하는 분이 있으면 알려달라”고도 했다.
“이익 보는 쪽은 ‘기업 사냥꾼’…남용은 ‘사후 징벌’이 맞다”
신 교수는 자사주 강제소각이 시장·경제에 미치는 효과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자사주 매입은 주식을 사니 단기적으로 주가가 올라갈 여지가 있지만, 중장기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인텔 사례를 언급했고, “소각은 단기 주가 상승 요인이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또 “유일하게 이익을 보는 사람들은 기업 사냥꾼이나 행동주의 펀드처럼 행동하는 곳”이라며, 미국에서 이런 주장이 “기업 사냥꾼들의 단골 메뉴”였다고도 했다. 그는 “공익 조건을 따져 공익이 없으면 사익”이라고 주장하며 강제소각론의 동기를 의심했다.
대안: “매입 규제 + 한도 내 유연 활용 + 투명 공시…‘선험적 봉쇄’ 말고 ‘강한 징벌’”
신 교수의 대안은 ‘소각 원칙’이 아니라 ‘매입·남용 규율’이었다. 그는 “매입에 대해 규제를 해야 하고, 주어진 한도 내에서는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어야 하며, 투명한 공시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특히 “처음부터 범죄 집단 취급해서 ‘절대 못 한다’를 원칙으로 놓으면 기업가 정신이 어디서 나오나”라며, 델라웨어식 접근처럼 “할 수 있는 건 많이 열어두되 남용·오용 시 강한 징벌”을 주장했다.
주주총회 승인 문제에 대해서도 그는 “매년 재신임 받으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취지로 비유하며, “그때마다 주주 동의를 받으면 어떻게 일을 하느냐”고 반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