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찬 고려대 교수, 법사위 공청회서 “자사주 처분은 경제적으로 신주발행과 동일…주주 보호장치 촘촘히 해야”

김우찬 고려대 교수는 1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상법 개정안 공청회에서 “이번 3차 상법 개정은 자사주에 관한 논의처럼 보이지만, 본질은 ‘신주인수권을 어떻게 제대로 보호할 것인가’의 문제”라고 밝혔다. 자사주 처분이 경제적 실질에서 신주 발행과 사실상 동일한 효과를 내는 만큼, 제3자 배정·우호지분 형성·할인 발행을 통해 기존 주주의 지분과 가치가 훼손되는 관행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교수는 신주인수권이 지켜지지 않을 때 발생하는 폐해를 ‘지배권 방어를 위한 우호주주 만들기’와 ‘부의 부당한 이전’으로 요약했다. 그는 “신주를 제3자에게 발행해 우호 주주에게 배정하면 기존 주주의 의결권은 떨어지고 우호 주주의 지분이 올라가 지배권 보호가 된다”며, “할인해 헐값에 발행하면 기존 주주는 주가 하락으로 손해를 보고, 새로 들어온 우호 주주는 싸게 사면서 부당한 부의 이전이 생긴다”고 말했다.
“자사주 처분, 제한 거의 없어…분쟁의 ‘핵심 통로’ 됐다”
김 교수는 자사주 처분이 ‘신주 발행과 경제적으로 동일’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자사주 처분은 상법상 제한이 사실상 없어 제3자에게 헐값 배정이 가능하다”며 “신주 발행은 제약이 있지만 ‘경영상 목적’ 등 예외 규정이 모호해 분쟁의 대상이 돼 왔다”고 지적했다. 자사주 맞교환 등 방식으로 지배권을 강화하고, 기존 주주의 의결권·배당권을 약화시키는 사례가 누적됐다는 설명이다.
그는 민주당 개정안을 두고 “원칙적 소각이지만 주주 동의가 있으면 다양한 예외를 두는 유연한 제도”라고 평가하면서도, 설계상 보완이 필요하다고 했다. 첫째로 “보통결의만으로 자사주를 제3자에게 처분할 수 있게 하면 너무 느슨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주총 참석률을 67%로 가정할 경우 “지배주주와 특수관계인만으로도 처분 계획을 통과시킬 수 있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사가 77%”라는 계산 결과를 제시했다. 둘째로는 “자사주 처분만 주주 동의를 요구하고 신주 제3자 배정에는 절차가 없는 것은 일관성이 부족하다”며 “완결된 개정이라면 신주도 제3자 배정 시 주주 동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재계의 ‘취득 경로’ 논리는 입법 목적 오해…핵심은 처분 단계”
재계가 ‘배당가능이익으로 매입한 자사주는 소각해도 되지만, 합병 등 특정 목적 취득분은 소각 의무에서 빼야 한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 김 교수는 “입법 목적을 잘못 보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3차 개정의 목적은 주주환원이 아니라 신주인수권 보호”라며 “자사주를 어떤 경로로 취득했는지와 무관하게, 처분 과정에서 신주인수권을 침해하면 막아야 한다”고 했다.
감자(자본금 감소)와 채권자 이의 제기, 금리 상승 우려에 대해서도 “개정안이 유연해 반드시 소각할 필요가 없다”며 “주주 동의를 받으면 보유·처분이 가능하고, 소각하더라도 재무 상태가 양호한 회사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매년 주주 동의를 받도록 한 취지에 대해서는 “평상시엔 괜찮지만 지배권 다툼이 생기면 영향이 커지므로, 그때마다 주주가 막을 장치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소각 의무가 자사주 매입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주장에는 “소각을 하지 않고 매입하고 싶다는 뜻은 지배권 보호 장치를 쓰고 싶다는 것을 자인하는 것”이라고 직격했다.
“외국인 지분 규제, 실제로 소각 시 한도 초과 가능 기업은 ‘KT 1곳’”
외국인 지분 한도 규정이 있는 기업들이 소각 시 법 위반에 처할 수 있다는 반대 논리에 대해 김 교수는 실무 데이터를 들어 반박했다. 그는 “자사주 소각으로 한도를 초과할 수 있는 회사는 29개 중 KT 한 곳에 불과하다”며 “KT도 최근 자사주 매입·소각을 발표했고, 한도 소진은 일시적 현상으로 보고 소각 시점을 조정할 의도가 있다”고 말했다.
사내근로복지기금 출연을 예외로 둘지에 대해서는 “우리사주조합이 허용되는 만큼 목적이 중복돼 둘 중 하나만 허용해도 된다”면서, 만약 허용한다면 “무상 출연분에 대해선 의결권 제한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고의 경영권 방어는 ‘편법’이 아니라 기업가치 제고”
공청회 질의 과정에서 ‘자사주 제3자 처분이 유일한 경영권 방어 수단’이라는 주장에 대해 김 교수는 전제를 부정했다. 그는 “지배권 보호가 선의라는 전제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최고의 경영권 방어는 경영 능력을 발휘해 기업 가치를 올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편법으로 지배권을 강화하면 견제의 목소리를 차단하고, 사익편취와 자본 비효율로 이어져 기업가치와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린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마무리 발언에서도 “영국·독일은 신주 및 자사주 제3자 배정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예외적으로 허용하되, 주주 동의 요건을 75%로 두는 등 훨씬 엄격하다”며 “우리 입법이 과도하게 엄격하다는 주장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칙적 소각과 ‘지배권 강화 목적의 처분 차단’은 경영자가 주주와 소통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고, 그 과정이 기업의 펀더멘탈과 가치 제고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