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방어는 거대한 기만”…거버넌스포럼 측, 재벌 세습·포이즌필 강도 높게 비판

상법 개정과 경영권 방어 장치를 둘러싼 논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인사들이 잇따라 재계의 지배구조 논리를 비판하고 나섰다. 홍영표 변호사에 이어 김규식 포럼 이사도 재벌 세습 구조를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근원”이라고 지적하며 이사회 독립성 강화를 주장했다.

홍영표 변호사 “포이즌필은 주주 보호 장치…경영진 방패 아냐”

홍영표 변호사는 16일 페이스북 글에서 최근 재계가 주장하는 경영권 방어 논리를 정면 비판했다. 그는 “경영권 방어라는 명분이 상법 개정의 취지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로 변질되고 있다”며 “미국식 포이즌필 역시 경영진 보호 장치가 아니라 주주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제도”라고 주장했다.

홍 변호사는 미국 법원이 이해충돌이나 충실의무 위반이 확인될 경우 포이즌필 행사를 엄격히 제한한다는 점을 언급하며 “주주 보호 장치를 경영진 방패로 사용하는 것은 제도의 본질을 왜곡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한국 사법부가 과거 불공정 합병이나 쪼개기 상장 논란에서 이사의 주주 책임을 충분히 묻지 못했다고 비판하며, 최근 논의되는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 확대를 “자본시장 정상화를 위한 전환점”이라고 평가했다.

발언하는 김규식 변호사 [사진=김찬준]

김규식 이사 “경영세습 구조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원인”

하루 뒤인 17일 김규식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이사(변호사) 역시 페이스북을 통해 재벌 세습 구조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한국 경제 구조의 뿌리를 박정희 정부 시기의 국가 주도 산업화 모델에서 찾으면서도, 민주화 이후 재벌 지배력이 세습되는 구조가 고착화됐다고 진단했다.

김 이사는 “창업주에게 부여됐던 기업가적 이니셔티브는 후대에 자동으로 세습될 수 있는 특권이 아니다”라며 “3·4세 경영 승계를 무리하게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사회 독립성이 무력화되고 이해충돌 거래가 확대되면서 주주권리가 구조적으로 훼손돼 왔다”고 주장했다.

특히 낮은 지분율로 지배력을 유지하는 구조가 한국 자본시장의 만성적인 저평가와 사회·경제적 문제를 키웠다고 지적하며, “경영 승계는 능력 검증과 주주의 승인 아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적과 주주 신뢰가 최고의 방어 수단”

두 인사는 공통적으로 경영권 방어 장치보다 기업 실적과 주주 신뢰가 가장 강력한 방어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홍 변호사는 재계가 언급하는 해외 투기자본 위협론을 두고 “기업가치가 높다면 어떤 약탈적 자본도 쉽게 접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고, 김 이사는 “이사회 독립성과 충실의무 강화가 장기적으로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상법 개정 논의와 함께 집중투표제, 포이즌필 도입 여부 등 지배구조 이슈가 3월 주주총회 시즌 핵심 쟁점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거버넌스 개혁을 둘러싼 재계와 투자자 진영의 논쟁도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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