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위원의 부담은 무지에서 시작된다…교육과 사전 논의가 리스크를 줄인다”

박소정 교수

박소정 서울대 교수, 학계에서 이사회로 건너온 경험을 말하다

사외이사이자 감사위원의 역할이 강화되는 국면에서, 실제 현장을 경험한 학계 인사의 목소리는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10일 삼정KPMG 주최 강연에서 박소정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최근 강연에서 “감사위원의 가장 큰 부담은 책임 그 자체보다, 무엇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 모른다는 데서 출발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보험학 전공으로 미국 월튼스쿨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캘리포니아주립대에서 교수 생활을 거쳐 2012년부터 서울대 경영대학에서 보험학을 가르쳐왔다. 연구 분야는 전통적인 보험학에서 핀테크·인슈어테크로 확장됐고, 이러한 연구 성과가 2019년 설립된 한 손해보험사의 비즈니스 모델과 맞닿으면서 자연스럽게 감사위원으로 참여하게 됐다. 이후 생명보험사에서 재무·회계 전문가로 감사위원장을 맡으며 본격적으로 기업 이사회와 감사위원회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학계에서만 활동하던 시절과 실제 감사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느낀 차이에 대해 그는 “생각보다 훨씬 컸다”고 말했다. 기업 내부 자료를 받아보고 회의에 참석하는 것만으로 회사가 제대로 경영되고 있는지를 판단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비상근 감사위원의 경우 제한된 시간 안에 방대한 자료를 이해해야 하는 구조 자체가 부담으로 작용했다.

초기 가장 큰 장벽은 회계와 내부통제 용어였다. 중요성 판단, 내부통제 평가 등 감사위원회에서는 기본처럼 쓰이는 개념들이지만, 사전에 체계적인 교육을 받지 못한 신임 감사위원에게는 하나하나가 낯설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산업별로만 통용되는 약어와 내부 용어까지 더해지면, 안건의 실질을 파악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박 교수는 “지금은 경험이 쌓여 어느 정도 구조가 보이지만, 초기에는 감사위원회라는 조직이 왜 존재하고 어떤 관점에서 질문해야 하는지조차 명확하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러한 부담의 상당 부분이 ‘개인이 감당해야 할 몫’으로 여겨지는 현실을 문제로 지적했다. 감사위원이 모든 것을 스스로 익혀야 한다는 인식보다는, 제도적으로 제공되는 교육과 지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IFRS 도입 이후 보험회계가 급격히 복잡해진 상황에서, 관련 교육을 요청하고 제도 변화의 맥락을 이해하는 과정이 감사위원 역할 수행에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최근 감사위원 교육과 연구를 진행하는 전문 기관의 활동을 접하면서 “신임 감사위원 시절 이런 자료와 교육을 미리 접할 수 있었다면 시행착오를 훨씬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감사위원회 지원센터가 제공하는 핸드북, 교육 과정, 온라인 콘텐츠 등은 단순한 참고 자료를 넘어 실무 적응 속도를 좌우하는 요소라는 평가다.

그는 감사위원회가 ‘회의체’라는 점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적으로 감사위원회는 최소 3인으로 구성되며, 회계·재무 전문가뿐 아니라 산업 전문가, 법률 전문가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구조다. 각자의 전문성을 분절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집단 지성의 형태로 결합할 때 감사위원회의 실질적 감시 기능이 살아난다는 것이다.

다만 현실의 감사위원회는 제한된 시간 안에 처리해야 할 보고·심의 안건과 형식적 절차가 지나치게 많아, 정작 중요한 사안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가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이에 박 교수가 감사위원장을 맡고 있는 회사에서는 정식 회의 이전에 사전 회의를 도입해, 핵심 안건만을 놓고 질문과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사전 논의를 통해 회사의 경영과 주요 리스크를 훨씬 밀도 있게 이해할 수 있었다”며 “감사위원 전원이 책임을 공유하는 구조에서는 이러한 과정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신임 감사위원에게 가장 중요한 준비 요소로 그는 ‘사전 검토’와 ‘기록’을 꼽았다. 감사위원회 안건은 회사의 재무와 경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고, 감사위원회에서 의결된 사안은 이사회에서 사실상 재논의가 어렵다. 따라서 안건을 충분히 검토한 뒤 회의에 참석해야 하며, 필요한 자료가 제때 제공되지 않는다면 적극적으로 요청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심의 과정에서 제기된 주요 질문과 판단 근거는 반드시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감사위원은 모든 것을 아는 사람이 아니라, 무엇이 중요한지를 가려내고 제대로 질문하는 역할을 맡은 사람”이라며 “교육과 사전 논의, 그리고 기록이라는 기본이 갖춰질 때 감사위원회의 책임 부담은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감사위원회의 전문성과 실질적 기능 강화가 곧 기업 지배구조의 신뢰 회복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신임 감사위원들이 제도적 지원을 두려워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활용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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