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승재 서스틴베스트 대표, 주총 활성화 시대의 책임과 기준 제시
개정 상법이 본격 시행을 앞두면서 국내 의결권 자문사의 역할도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오승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3일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주최 세미나에서 “상법 개정은 배를 만드는 과정이었다면, 이제는 출항한 배가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갈 수 있도록 돕는 단계”라며 “의결권 자문사는 그 과정에서 내비게이터이자 파수꾼, 때로는 균형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대표는 “개정 상법이 처음 적용되는 올해는 실질적 이행 여부와 이사회 책임 강화가 시험대에 오르는 해”라며 “주주총회가 활성화될수록 의결권의 중요성은 커질 수밖에 없고, 그에 따라 의결권 자문사의 책임 역시 무거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자문사의 판단은 임의가 아닌 기준의 문제”
의결권 자문사의 판단 구조에 대해 오 대표는 사법 절차에 비유했다. 그는 “판사가 법과 규정에 근거해 판결하듯, 의결권 자문사도 명확한 가이드라인 위에서 판단할 수밖에 없다”며 “개정 상법을 반영하는 것은 비교적 명확하지만, 앞으로는 집중투표제·주주제안 등 다양한 사례가 등장해 보다 정교한 기준이 필요해진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서스틴베스트는 기존보다 가이드라인을 유연하게 설계하고, 예외 규정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과거에는 안건이 비교적 정형화돼 있었지만, 앞으로는 훨씬 다이나믹한 주총 환경이 펼쳐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사회 책임과 보수 한도, 핵심 쟁점으로 부상
오 대표는 올해 의결권 자문사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로 △이사회 구성과 책임 △이사 보수 한도를 꼽았다. 특히 그는 “산업안전 등 중대한 ESG 리스크를 관리하지 못한 기업의 경우, 해당 책임이 있는 이사에 대해 반대 권고를 하고 있다”며 “이는 ESG가 유행이어서가 아니라, 기업 가치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사 보수 한도에 대한 기준도 강화되고 있다. 오 대표는 “최근 3년간 국민연금의 이사·감사 보수 안건 평균 반대율이 40%를 넘을 정도로, 연기금 역시 보수 문제를 중대하게 보고 있다”며 “금융당국의 임원 보수 공시 강화 움직임에 맞춰 자문사 역시 적정성과 투명성을 더 엄격히 들여다볼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보다 5년, 10년 뒤를 본다”
서스틴베스트의 특징으로 오 대표는 ‘장기 시계’를 강조했다. 그는 “주주 목소리가 커진 것은 분명하지만, 궁극적으로 중요한 것은 일반 주주 자체가 아니라 기업의 중장기 가치 제고”라며 “회사와 주주가 대립하는 구조보다는, 더 나은 주주제안과 더 나은 이사 후보를 놓고 경쟁하는 구조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 가치의 구성 요소로 본업 경쟁력을 약 50%, 지배구조와 자본시장 제도 등 투명성 요인을 20~30% 수준으로 평가하며 “의결권 자문사는 이 20~30%를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 지속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섯 가지 판단 원칙
오 대표는 서스틴베스트의 판단 기준을 ▲기업의 장기적 주주가치 제고 ▲기관투자가의 수탁자 책임 이행 지원 ▲이사회의 주주 책임성 확보 ▲경영 투명성 제고 ▲모든 주주의 평등한 대우로 정리했다.
그는 “의결권 자문사의 역할은 특정 이해관계에 서는 것이 아니라, 기업·대주주·일반 주주를 입체적으로 바라보며 어떤 결정이 장기적으로 가장 바람직한지를 제시하는 것”이라며 “개정 상법 이후의 시장에서 그 책임을 더욱 무겁게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