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복상장이 만든 지배력 레버리지
경영권 방어 논리는 시장 현실을 외면한 가짜 프레임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는 “한국은 이미 사실상의 차등의결권 국가”라고 단언했다. 그는 “지주회사–자회사–손자회사로 이어지는 중복상장 구조 자체가 지배주주의 의결권을 과도하게 증폭시키는 장치”라고 지적했다.
9일 거버넌스포럼 주최 좌담회에서 이 대표는 “지배주주가 각 단계에서 30%씩만 보유해도, 최하단 사업회사를 30% 의결권으로 지배할 수 있다”며 “실질 지분율 대비 의결권이 10배 이상 레버리지되는 구조가 이미 제도적으로 허용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구조에서 추가적인 차등의결권이나 경영권 방어 장치를 도입하면, 의사결정 왜곡은 필연적”이라며 “사적 이익이 회사 이익보다 우선되는 선택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이 대표는 적대적 M&A 위협론에 대해서도 “현실과 동떨어진 가스라이팅”이라고 평가했다. “코스피 대형사에서 지배주주 평균 지분율이 40%를 넘는 상황에서, 외부 자본이 경영권을 탈취하는 것은 이론적으로도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의무공개매수 제도에 대해서는 “경영권 방어가 아니라 주주 보호 장치”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지배주주 변경이나 지배력 강화는 조직 재편에 준하는 중대한 변화”라며 “이때 주주에게 매도 선택권을 주는 것이 제도의 본래 취지”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경영권 방어 논의는 기업 보호가 아니라 지배주주 보호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며 “지금 한국 시장에 필요한 것은 방어가 아니라 견제와 책임”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