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이 아니라 ‘지배책임’이다”

천준범 변호사 [사진=김의연]

한국에만 존재하는 ‘경영권’ 프레임이 논의를 왜곡한다
방어 장치 논의 이전에 개념 정리가 먼저

천준범 변호사는 경영권 방어 논란의 핵심을 “개념의 오염”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경영권이라는 단어 자체가 한국에서만 통용되는 콩글리시”라며 “법적으로 논의돼야 할 것은 ‘권리(right)’가 아니라 ‘책임(responsibility)’”라고 강조했다.

9일 거버넌스포럼 주최 좌담회에서 천 변호사는 “이사회와 경영진은 지배권을 소유하는 주체가 아니라, 주주 전체를 위해 복무해야 하는 책임 주체”라며 “경영권 방어라는 표현은 지분이 낮아도 계속 경영하고 싶다는 사적 욕망을 정당화하는 언어”라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언론과 정책 담론에서 ‘경영권’이라는 용어가 무비판적으로 사용되는 점을 문제 삼았다. “지배력, 지배지위라는 중립적 표현 대신 경영권이라는 단어를 쓰는 순간, 논의의 전제가 이미 기울어진다”며 “이것이 방어 장치 논의를 왜곡하는 출발점”이라고 지적했다.

천 변호사는 해외 제도와의 단순 비교에도 선을 그었다. “미국이나 유럽의 제도는 주주가 분산된 시장을 전제로 한 것이며, 한국처럼 지배주주가 확고한 구조와는 출발점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는 “개념이 바로 서지 않은 상태에서 제도를 수입하면, 결과는 주주 보호가 아니라 지배주주 보호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며 “지금 필요한 것은 방어 장치가 아니라 책임 구조를 명확히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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