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행동주의, ‘소송’ 넘어 뉴노멀로…“이사회 구조가 승부 가른다”

발언하는 심건욱 변호사 [사진=안수호]

개인투자자 1,400만 시대, 경영권 분쟁 소송 6년 새 120% 급증
집중투표제·이사 수 상한·시차임기제…정관 설계가 방패이자 무기
고려아연 사례, ‘지분보다 제도’가 경영권을 지킨다

주주행동주의가 더 이상 예외적 사건이 아닌 ‘뉴노멀’로 자리 잡고 있다. 지분을 기반으로 한 소송, 주주제안, 표 결집이 일상화되면서 기업 경영권 분쟁의 양상도 과거와는 전혀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는 평가다.

심건욱 법무법인 디엘지 변호사는 9일 법무법인 디엘지 주최 세미나에서 “주주행동주의는 단순히 소송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경영진과의 직접 소통, 주주제안, 의결권 결집 등 지분권을 활용한 모든 행위가 주주행동주의의 범주에 포함된다”고 밝혔다.


상장사 수 25% 늘 때, 경영권 분쟁 소송은 120% 증가

심 변호사가 제시한 통계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5년까지 상장사 수는 약 25%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경영권 분쟁 소송이 제기된 기업 수는 70%, 전체 소송 건수는 120% 늘었다.
2025년 기준으로 한 차례 이상 경영권 분쟁 소송이 공시된 상장사는 73곳에 달한다.

그 배경으로는 주주행동주의 플랫폼의 등장과 개인투자자 급증이 지목된다.
코로나19 이후 개인투자자 수는 2019년 500만~600만 명 수준에서 현재 약 1,400만 명까지 확대됐다. 그는 “사익편취나 지배구조 이슈가 이제는 ‘공공의 정의’가 아니라 ‘내 손실’의 문제로 인식된다”며 “2025년 상법 개정의 씨앗은 이미 2021년 여론 속에서 뿌려졌다고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고려아연 사례가 보여준 것…지분 대결의 본질은 ‘이사회’

심 변호사는 대표적 사례로 고려아연과 영풍 간 경영권 분쟁을 짚었다.
지분율이 33% 안팎으로 팽팽히 맞선 상황에서 분쟁의 핵심은 단순한 지분 확보가 아니라 이사회 과반 확보에 있었다는 설명이다.

영풍 측은 주주제안을 통해 최대 14~17명의 이사 선임을 요구하며 이사회 장악을 시도했고, 이에 맞서 고려아연은 ▲집중투표제 도입 ▲이사 수 상한 설정 ▲임기 만료 이사 선임 등 방어 안건을 제시했다.
그 결과, 집중투표제와 이사 수 상한은 가결됐고, 영풍 측 이사 일부가 선임됐으나 이사회 과반 확보에는 실패했다. 현재 해당 주총 결과를 둘러싼 무효 소송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 ‘합법적 방어 수단’ 될 수 있나

분쟁 3라운드에서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가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다.
고려아연은 해외 합작 파트너를 대상으로 신주 10%를 발행해 우호 지분을 확보했고, 이에 대해 영풍 측은 신주발행 무효를 주장하며 가처분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심 변호사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는 경영상 합리성과 정관 요건을 충족하면 충분히 가능하다”며 “과거 무효로 판단된 사례도 경영상 필요성이 아니라 정관 요건 위반이 문제였다”고 설명했다.
즉, 정관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제3자 배정은 강력한 방어 카드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승부 가르는 3대 장치: 이사 수 상한·시차임기제·집중투표제

심 변호사는 주주행동주의 대응의 핵심으로 이사 수 상한(상대 측이 대규모 이사 선임을 통해 단숨에 과반을 장악하는 것을 차단), 시차임기제(이사진 교체를 단계적으로 진행해 시간을 벌 수 있는 장치), 집중투표제(소수 지분 주주도 이사회 진입이 가능해지며, 채택 여부에 따라 ‘승자독식’ 구조가 갈린다)를 꼽았다.

그는 “아무런 대비가 없다면 한 번의 주총 패배로 이사회 전원이 교체될 수 있지만, 정관을 정비해두면 경영권 이전까지 수년의 시간을 벌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배당만이 답은 아니다…주주 여론의 선제적 관리가 핵심”

심 변호사는 예방 전략으로 주주 여론의 사전 파악을 가장 중요하게 꼽았다.
“주주 신뢰는 배당성향을 기계적으로 높인다고 확보되는 게 아니다”며 “장기 전략과 그에 대한 설득 논리가 준비돼 있다면, 주주들은 반드시 반응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관상 제3자 배정 요건 점검 ▲집중투표제 채택 여부의 전략적 판단 ▲우호·적대 지분 구조의 상시 관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개인투자자 1,400만 시대에 주주행동주의는 되돌릴 수 없는 흐름”이라며 “이제 기업의 방어력은 지분이 아니라 제도와 설계에서 갈린다”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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