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중 변호사, 대표소송·집단소송의 구조적 한계 지적
“무임승차 구조 탓에 아무도 소송 안 한다”
대만 SFIPC처럼 공적기금 기반 전문기관 필요성 제기
“검찰·감독기관 협조 없는 한국, 시작도 못 하는 구조”

김광중 법무법인 클라스한결 변호사가 한국 자본시장의 주주대표소송·증권집단소송 제도의 구조적 한계를 지적하며 “문제는 법이 아니라 소송을 수행할 ‘주체’의 부재”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만의 투자자보호센터 모델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2026 한겨레 기업지배구조 국제포럼이 열렸다.
이날 김 변호사는 한국 현실을 ‘눈 치우기 문제’에 비유했다. 누군가가 비용과 노력을 들여 소송에 나서면 모두가 혜택을 보지만, 무임승차가 가능하기 때문에 아무도 나서지 않는 구조라는 것이다. “대표소송과 집단소송은 공공재 성격을 가지는데, 한국은 개인이나 일부 변호사가 모험적으로 떠맡는 구조”라고 했다.
■ 대표소송, “할 사건은 넘치는데 제기되지 않는다”
한국에 대표소송 대상 사건이 없는 게 아니라, 제기 주체가 없다는 점이 문제라고 했다. “형사 배임 사건만 최근 5년간 3,300건인데, 상당수가 민사상 대표소송 대상일 수 있다. 그러나 비용·시간 부담 때문에 주주가 포기한다.” 실제로 상담 과정에서도 소송 가능성을 안내하면 대부분 철회한다는 설명이다.
대표소송이 제기되는 경우는 ▲소수 주주의 ‘사명감’ ▲변호사의 성공보수 기대 ▲경영권 분쟁 상황 등 제한적이다. 대형 기업은 부담이 커서, 소형 기업은 실익이 적어 소송이 어렵다는 점도 지적했다.
■ 집단소송도 ‘변호사 모험 투자’ 구조
증권집단소송 역시 구조가 비슷하다. 장기간 소송 비용을 변호사가 선투자해야 하는 현실이 가장 큰 장벽이라는 것이다.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관련 손해배상 사건을 예로 들며 “10년간 소송해 2,500억 원 배상을 받았지만, 이런 리스크를 감수할 주체가 거의 없다”고 했다. 패소하거나 집행 불능이면 비용이 ‘제로’가 되는 구조다.
■ 대만과의 격차…“우리는 출발선에도 못 선다”
그는 Securities and Futures Investors Protection Center(SFIPC) 모델과의 격차를 강조했다. 대만은 소송 비용을 기금에서 부담하고, 승소 시 배상금에서 공제하는 구조라 위임 투자자 부담이 거의 없다. 반면 한국은 비용·증거 확보·행정 절차 모두 개인이 감당해야 한다.
특히 수사기관 협조 차이를 지적했다. “대만은 검찰이 공소장과 증거를 공유하지만, 한국은 형사 기록 확보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감독기관도 소극적이다.” 정보 비대칭이 소송 자체를 막는다는 주장이다.
■ “국민연금이 본질적 해법은 아니다”
대표소송 활성화 대안으로 국민연금 역할론이 제기되지만, 그는 “국민연금의 본래 목적은 수익 극대화이지, 전체 투자자 보호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기업지배구조 개선은 파생 효과일 뿐, 궁극적 해결책은 아니라는 것이다.
■ 해법: 공적 재원 기반 ‘한국판 SFIPC’
김 변호사는 대만처럼 거래소·증권사 수수료 일부를 재원으로 한 독립 투자자보호기구 설립을 제안했다. 이 기구가 대표소송·집단소송을 전담하고, 수사기관·감독기관 협조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책임 추궁 판결이 축적돼야 지배구조 개선이 작동한다. 지금 구조로는 소송 자체가 어렵다”며 “공공재 성격의 소송을 개인에게 맡기는 체계를 바꾸지 않으면 한국은 국제 포럼에서 자랑할 제도가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