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즈노 히로미치 전 GPIF CIO, 일본 지배구조 개혁 경험 공유
“목표는 단기 주가 아닌 장기 지속가능성…보편적 소유자 철학 중요”
한국엔 “소액주주 보호가 디스카운트 해소의 출발점”
“NPS, 직접 소송·압박보다 신뢰 기반 관여가 효과적”

미즈노 히로(Hiro Mizuno) 전 일본 공적연금(GPIF) 최고투자책임자(CIO)가 일본 기업지배구조 개혁의 동력을 ‘연성법(소프트 로)’과 장기 관점의 기관투자자 철학에서 찾았다. 그는 “연금은 시장을 단기적으로 흔드는 주체가 아니라 자본시장의 책임 있는 공동 소유자”라며 한국 국민연금의 역할 설정에 대해서도 조언했다.
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2026 한겨레 기업지배구조 국제포럼이 열렸다.
■ “GPIF는 ‘보편적 소유자’…시장 전체의 지속가능성을 본다”
일본 공적연금 에서 2015~2022년 활동한 그는 GPIF를 단순한 대형 투자자가 아니라 자본시장 전체를 보유한 ‘보편적 소유자(Universal Owner)’로 규정했다. “공적연금은 특정 종목의 단기 수익이 아니라 시장 전체의 장기 건강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그 출발점이 스튜어드십 코드와 기업지배구조 코드였다”고 말했다.
일본 역시 과거 낮은 ROE·PBR로 ‘일본 디스카운트’가 존재했고, 정부와 거래소가 수익성 개선 압력을 가하는 과정에서 코드 체계가 도입됐다. 그는 “핵심은 장기 성과와 지속가능성”이라며 “ESG와 지배구조는 투자 성과의 부속물이 아니라 전제 조건”이라고 했다.
■ “일본에선 연성법이 더 빨랐다”
일본 개혁의 특징으로 그는 연성법적 접근을 꼽았다. 의무 규제 대신 ‘준수하거나 설명하라(Comply or Explain)’ 방식이 기업 문화에 더 잘 맞았다는 설명이다. “경성법을 쓰면 기준이 낮아지고 속도도 느려진다. 연성법은 리더 기업이 먼저 움직이게 하고, 결국 대부분이 따르게 만든다.” 실제로 일본 기업들은 초기 반발에도 빠르게 코드를 수용했다.
■ “소송은 최후 수단…관여와 신뢰가 우선”
GPIF가 과거 도시바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사례를 언급하면서도, 그는 “소송은 예외적 상황에서의 최후 수단”이라고 선을 그었다. “공적연금은 이사회 교체를 노리는 행동주의자가 아니라, 기업과 같은 배에 탄 장기 파트너라는 인식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직접적 압박은 방어적 반응만 키워 개혁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했다.
■ 한국엔 “소액주주 보호가 핵심…오너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한국 자본시장에 대해 그는 “활력 있는 시장을 원한다면 외국인 투자자가 신뢰할 수 있어야 하고, 그 핵심이 소액주주 보호”라고 강조했다.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할인(디스카운트)은 지속된다는 진단이다. 다만 “오너 존재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장기 관점을 제공할 수도 있다”며 “단, 소수주주의 이익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 “국민연금, 행동주의 펀드처럼 굴면 역효과”
국민연금 역할에 대해선 신중론을 폈다. “국민연금도 시장의 핵심 앵커 투자자이지만, 특정 기업을 압박하는 거래·의결권 전략을 쓰면 갈등과 불신이 커질 수 있다.” 대신 ▲장기 관점의 철학 정립 ▲대화 중심의 관여(Engagement) ▲외부 운용사 통한 의결권 행사같은 방식이 효과적이라고 제안했다.
그는 “지배구조 개혁의 성과를 단기 주가로 평가해선 안 된다”며 “목적은 장기적 지속가능성이고, 시장 참가자 이해를 일치시키는 설계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