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지배구조, 해외 투자 확대 속 ‘이사회 통제 공백’ 논란

대규모 글로벌 투자 확대 국면에서 국내 대기업의 해외 자회사 자금 집행에 대한 거버넌스 공백 우려가 제기됐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3일 “수년 내 1,400조원 규모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이 투자될 수 있는 환경이 형성되고 있다”며 “이 정도 규모라면 시장과 주주가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통제·감시 체계가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특히 반도체와 방산, 에너지 등 전략산업을 중심으로 해외 법인을 통한 투자 집행이 늘어나는 구조를 문제의식의 출발점으로 제시했다. 그는 “최근 기업들의 해외 자회사 중심 투자 구조는 국내 감독당국의 직접적인 관리 범위 밖에 놓이는 경우가 많다”며 “주주 입장에서도 자금 흐름을 면밀히 파악하기 어려운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SK하이닉스를 언급하며, 자회사 투자 통제 체계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회장은 “하이닉스는 최근 수익성이 크게 개선되면서 자회사에 투입할 수 있는 자금 여력이 상당히 확대됐다”며 “하지만 미국 자회사 등을 통해 대규모 자금이 집행될 경우, 국내 감독 체계의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고 주주 감시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일부 그룹의 미국 내 대형 프로젝트 추진 사례를 거론하며 “해외 법인 구조가 투자 효율성 측면에서는 유리할 수 있지만, 동시에 국내 거버넌스 체계를 벗어나는 통로로 활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이 회장은 모회사 이사회의 역할 강화를 제안했다. 그는 “최소한 일정 규모 이상의 대규모 프로젝트는 해외 자회사 차원이 아니라 모회사 이사회 심의를 거쳐 승인하는 절차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며 “이는 투자 자체를 막자는 취지가 아니라, 자금 집행의 책임성과 투명성을 확보하자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장의 발언은 최근 기업들의 글로벌 설비 투자 확대가 자본시장에서는 성장 동력으로 평가받는 동시에, 거버넌스 측면에서는 새로운 과제를 낳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국가 전략산업과 연계된 해외 투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속도’와 ‘통제’ 사이의 균형이 기업 가치의 중요한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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