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이사 ‘책임 폭탄’ 현실화…이사회 떠나는 이사들

감시의무·내부통제 실패에 손배 책임 판례 축적
중도 사임 늘고, 기업은 주총 앞두고 ‘후임 찾기’ 비상
논쟁적 자본거래까지 겹치면 사외이사 리스크 더 확대

AI 생성 이미지

국내 상장사 이사회에서 ‘사외이사 책임론’이 현실 리스크로 부상하면서 이사들의 중도 사임이 잇따르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과거 상징적 독립성 역할에 머물렀던 사외이사 지위가 최근에는 내부통제·리스크 관리의 실질 책임 주체로 재정의되면서, 법적·평판 부담이 크게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최근 SK증권에서는 감사위원을 겸임하던 사외이사가 자진 사임하면서 감사위원회 구성 요건 충족에 공백이 발생했다. 회사는 첫 주주총회에서 신규 감사위원이 될 사외이사를 선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롯데렌탈 역시 사외이사 중도 퇴임으로 사외이사 비율이 하락해, 관련 규정에 따라 차기 주총에서 후임 선임 절차를 밟겠다고 공시했다. 두 사례 모두 공통적으로 ‘일신상의 사유’가 표면적 이유지만, 시장에서는 사외이사 직무 부담 증가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법적 배경도 달라졌다. 대법원은 최근 기업의 위법행위와 관련해 이사들의 감시의무 위반 책임을 폭넓게 인정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단순히 대표이사나 실무 임원뿐 아니라, 이사회 차원에서 내부통제 체계를 구축·운영하지 못한 점 자체를 책임 근거로 삼는 판단이 늘었다. 윤리강령이나 교육이 존재하더라도, 위법행위를 차단할 실질적 보고·통제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면 이사의 임무 해태로 볼 수 있다는 취지다.

특히 공정거래법 위반과 같은 조직적 위법행위에서 법원은 ▲위험이 상시 존재하는 사업 특성 ▲과징금·수사 등 경고 신호의 누적 ▲내부통제 시스템 부재 또는 형해화 ▲이사회의 소극적 감시 태도 등을 종합해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고 있다. 다만 비상임·사외이사의 경우 정보 접근성과 개입 가능성을 고려해 책임 비율을 제한하는 사례도 있으나, 책임 ‘인정’ 자체를 피하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평가다.

이 같은 환경에서 이해상충 논란이 큰 자본거래까지 겹치면 사외이사 부담은 더 커진다. 롯데렌탈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둘러싼 논쟁처럼, 대주주와 일반주주 간 이해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사안에서는 이사회 의사결정 과정이 사후적으로 법적 쟁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사외이사 입장에서는 단순한 찬반 의결이 아니라, 결정의 정당성을 설명할 수 있는 기록과 절차를 남기지 못하면 향후 책임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

결국 사외이사직은 ‘명예직’에서 ‘책임직’으로 완전히 전환되는 국면에 들어섰다는 진단이다. 기업들은 주총을 앞두고 후임 사외이사 찾기에 나서고 있지만, 법·회계·리스크 전문성을 갖추면서도 높은 책임을 감수할 인물 풀이 제한적이어서 인선 난이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사회 공백과 거버넌스 리스크가 동시에 커지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점에서, 사외이사 책임 논란은 단순 인사 이슈를 넘어 자본시장 전반의 구조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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