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관여, 말이 아니라 제도 문제”… 노종화 변호사, ‘권고적 주주제안’ 도입 촉구

노종화 변호사 [사진=안수호]

ESG 관여활동을 실질화하려면 기관투자자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이를 뒷받침할 법적 장치로 ‘권고적(비구속적) 주주제안’ 제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노종화 변호사(경제개혁연대 경제개혁위원)는 주주관여 및 주주제안 제도 개선 논의 자리에서 “현재 한국의 주주제안 구조는 ESG 관여활동을 제도적으로 수용하기 어려운 틀”이라고 진단했다.

노 변호사는 먼저 권고적 주주제안의 성격을 설명했다. 이는 주주가 회사 정책이나 방향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고, 주총에서 표결을 통해 주주의사를 확인하되, 가결되더라도 법적 구속력은 부여하지 않는 방식이다. 대신 이사회가 합리적 이유 없이 이를 무시할 경우 향후 이사 재선임 과정 등에서 책임 판단의 근거가 될 수 있는 구조다. 그는 “이사회 재량은 존중하되, 주주의 집단적 의사 표현을 제도 안으로 끌어들이는 장치”라고 말했다.

“한국 주주제안, 사실상 주총 승인사항에 묶여”

노 변호사는 한국 제도의 구조적 한계도 짚었다. 현행 상법상 주주제안은 주로 정관 변경, 이사 선임·해임 등 주총 결의사항에 한정돼 운영되고 있고, 정책적·전략적 사안에 대한 의견 표명은 제도적으로 수용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형식적으로는 주주권이 보장돼 있지만, 실제로는 주주제안 범위가 협소해 ESG 이슈 같은 장기 전략 사안을 다루기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자사주 소각, 자본 배분 정책, 기후 리스크 대응 전략 등은 기업 가치와 직결되지만 주총 안건 구조상 직접적인 주주제안으로 다루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기관투자자들은 정관 변경 같은 ‘무거운 수단’을 통해 우회적으로 접근하거나, 아예 주주제안 대신 비공개 대화에 의존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미국 사례: “구속력 없어도 영향력은 크다”

노 변호사는 미국 사례를 들며 “구속력이 없다고 영향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미국에서는 S&P500 기업을 상대로 매년 수백 건의 주주제안이 제출되며, 환경·사회·거버넌스 이슈가 주요 주제가 되고 있다. 금융기관의 에너지 전환 대응을 보여주는 지표 공개 요구 등도 권고적 주주제안 형태로 다뤄진다.

뉴욕시 공적연금 등이 대형 금융사들을 대상으로 에너지 공급 비율(ESR) 공개를 요구한 사례를 언급하며, 일부 제안은 철회 대신 공시 약속을 이끌어냈다고 설명했다. “표결 결과뿐 아니라, 제안 자체가 협상의 지렛대 역할을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는 평가다.

“지분요건 완화 없이는 대형사 접근 불가”

지분요건 문제도 함께 제기됐다. 노 변호사는 한국의 주주제안 요건이 대형 상장사에 대해서는 사실상 장벽으로 작용한다고 봤다. 반면 미국은 일정 금액 이상 주식을 일정 기간 보유하면 제안이 가능하고, 일본 역시 절대 주식 수 기준을 병행해 개인·소규모 투자자의 참여가 상대적으로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에서도 소수주주의 관여활동을 확대하려면 지분요건을 보다 완화하고, 절대금액 기준 등 다양한 방식의 접근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관투자자 노력만으론 한계… 법적 수용 구조 필요”

노 변호사는 현재 국내 기관투자자들이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 정관 변경 제안 등 다양한 방식으로 ESG 관여를 시도하고 있지만, 이는 우회적 수단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지금 구조에서는 ESG 관여가 제도 밖에서 이뤄지는 측면이 크다”며 “권고적 주주제안 제도는 이런 활동을 제도권 안으로 들여오는 최소한의 장치”라고 했다.

그는 결론적으로 “ESG 관여활동을 활성화하려면 최종 수단인 주주제안이 정책·전략 영역까지 다룰 수 있어야 한다”며 “이사회 재량을 전제로 하되, 주주의 집단적 의사가 공식적으로 기록되고 평가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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