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주주제안 하려면 5조 필요”… 얼라인 “주주제안 제도, 사실상 금지 수준”

발언하는 이창환 대표 [사진=안수호]

주주제안 제도의 ‘형식적 보장’과 ‘현실의 장벽’ 사이 간극을 줄이지 않으면 주주관여 활성화는 공허한 구호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는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주주관여활동 및 주주제안 활성화 방안 간담회에서 행동주의 펀드의 현장 경험을 토대로 “현재 제도는 대형 상장사일수록 주주제안을 사실상 막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행동주의의 본질을 “거버넌스 등 여러 이유로 기업의 본질 가치 대비 저평가가 발생했을 때, 문제를 찾아 개선 행동을 통해 수익을 내는 전략”이라고 규정했다. 다만 한국 시장에서 이를 실행하는 과정은 이론과 달랐다고 했다. 그는 “처음 주주행동을 할 때 서러운 점이 많았다”며 제도적·절차적 장벽이 행동주의의 확산을 가로막고 있다고 말했다.

가장 먼저 거론된 문제는 주주제안 요건이다. 이 대표는 “주주제안을 하려면 1% 이상을 6개월 이상 보유해야 하는데, 특히 6개월 요건 때문에 ‘6개월 보유자’만으로 1%를 모으는 게 쉽지 않다”고 했다. 대형주의 경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그는 “삼성전자 같은 회사는 주주제안을 하려면 5조원이 있어야 한다”며 “이건 남용 방지 수준이 아니라 주주제안을 금지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지분율 기준 대신 일정 금액 이상 보유하면 요건을 충족하는 식의 보완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행동주의의 비용 구조도 ‘긍정적 외부경제’라는 표현으로 설명했다. 회사가 개선되고 주가가 오르면 혜택은 전체 주주에게 돌아가지만, 소송 리스크와 실무 비용은 캠페인을 수행한 주체가 떠안는 구조라는 것이다. 그는 “정말 열받는 건 우리가 회사의 10% 주주여도 주주제안을 하면 회사가 회삿돈으로 싸운다”며 “주주의 돈을 가지고 주주와 싸우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자금과 조직을 갖춘 회사와 비교하면 행동주의 쪽은 전력 차가 클 수밖에 없고, 소액주주에게는 더 가혹한 환경이라는 설명이다.

절차적 문제로는 주총 일정과 공시 체계가 집중적으로 지적됐다. 주주제안은 원칙적으로 주총 6주 전에 제출해야 하지만, 주총 소집 통지는 2주 전까지 가능하다. 이 대표는 “주총에 모든 게 몰려 있는데 소집 기간이 2주면 주주도, 특히 해외 투자자도 검토할 시간이 없다”고 했다. 해외 기관의 의결권 행사 경로를 예로 들며 “2주 전 소집 통지가 나오면 예탁원 마감, 수탁은행 전달, 의결권 자문기관 검토까지 감안할 때 실질 검토 시간이 3일 수준으로 줄어든다”고 주장했다. 그 결과 해외 투자자는 “대충 보거나 의결권 자문기관이 하는 대로 갈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는 것이다.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규제도 문제로 꼽았다. 그는 주총 안건에 대해 대리행사 권유 공시 이전에는 말을 하기가 조심스러워지고, 공시 이후에도 실제 권유 활동이 가능한 시간이 2~3영업일에 불과하다고 했다. “외국인들은 이미 결정을 끝냈을 시점”이어서, 제도의 취지와 달리 실제 설득·논의가 가능한 구간이 지나치게 짧다는 주장이다.

그는 해결책의 큰 축으로 ‘권고적 주주제안’ 도입을 제시했다. 현재 한국 제도는 주총 결의 사항 중심으로만 주주제안이 가능하고, 가결 시 회사가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 이 대표는 “주주가 원하는 것은 거버넌스 투명성, 자본배치 효율화, 경영진 보상의 성과·주가 연동 같은 방향성인데, 이걸 주총 안건으로 올리려면 정관변경 같은 무거운 수단을 동원해야 하고 특별결의라 통과도 어렵다”고 말했다. 권고적 주주제안을 도입하면 주주 환원 정책 등 ‘정책’ 형태의 의사표시가 가능해지고, 경영진도 더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어 주총이 불필요하게 대결적으로 흐르는 것을 줄일 수 있다는 논리다.

현장 사례로는 2022년 SM엔터테인먼트 감사 선임 주주제안을 언급했다. 그는 특수관계 거래 구조 문제를 제기하며 감사 선임을 추진했는데, 당시 주주명부에 연락처가 없어 “하루 200곳씩 집을 찾아가며” 의결권을 모았다고 말했다. 주소가 부정확한 경우도 많았고, 주주가 보유 사실을 가족이 몰랐던 탓에 항의와 문전박대도 있었다고 했다. 그는 “왜 이메일이나 전자적으로 주주에게 연락할 수 있는 방법이 없나 의아했다”며 주주명부 정보의 실효성과 통지 방식 개선을 요구했다.

JB금융지주 사례에서는 주총 개최지, 위임장 인정 과정, 집중투표제의 시스템 미비 등 복합 문제가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그는 “주총을 전주에서 하면 주주 참여가 급감하고, 회사 측 인력만 가득한 장이 된다”며 장소·접근성 문제를 지적했다. 또 “회사가 마음만 먹으면 위임장에 꼬투리를 잡아 인정하지 않는 방식으로 갈 수 있다”고 했다. 집중투표제와 관련해서는 해외 투자자들이 사용하는 의결권 행사 시스템에서 기능이 구현되지 않아 외국인 의결권이 누락된 사례를 들며 “내년에도 해결이 안 되면 반복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대표는 제도 개선 과제로 주총 소집 기간 확대(최소 4주), 주총 분산 개최, 주주명부 정보 개선 및 자동 제공, 모바일 기반 통지·투표, 해외 주주의 서류 요구 완화 등을 제시했다.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 결과를 주총 전에 공개해 기업에 ‘사전 긴장’을 주는 방식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일본처럼 국민연금이 위탁 운용사 선정·배분 과정에서 스튜어드십 이행과 인게이지먼트 성과를 반영하면 기관투자자의 온건하고 장기적인 주주관여가 활성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댓글 남기기

HOT POSTING

지구인사이드에서 더 알아보기

지금 구독하여 계속 읽고 전체 아카이브에 액세스하세요.

계속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