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 참여 1700곳 돌파…시총 기준 절반 이상
자사주 소각 의무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제도적 전환점”
“설비투자·R&D 중심 성장 로드맵만으로도 밸류업 공시 인정”
조진우 한국거래소 기업지원부 부장은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프로그램의 본질은 단순한 주주환원이 아니라 기업의 중장기 가치 창출 능력을 시장과 투명하게 공유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행사에서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 성과와 자사주 제도 변화 방향을 설명하며, 시장 일각의 ‘주주환원 중심 오해’를 바로잡았다.
“밸류업, 코리아 디스카운트 완화에 실질적 기여”
29일 대신경제연구소 주최 포럼에서 조 부장은 한국거래소가 2024년 5월 일본의 ‘주가와 자본비용을 의식한 경영’ 정책을 벤치마킹해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도입 배경은 장기간 제기돼 온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였다.
현재까지 약 1700여 개 상장사가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에 참여했으며, 시가총액 기준으로는 절반을 넘어선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참여 기업 수 자체보다 시총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시장에 미친 영향은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최근 증시 상승에는 새 정부의 지배구조 개선 정책도 영향을 미쳤지만, 그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시장 인식 변화를 이끌었다는 점도 중요한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 인식 전환의 출발점”
조 부장은 국회에서 논의 중인 자사주 소각 관련 상법 개정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그동안 국내 기업들은 자사주를 경영권 방어 수단이나 향후 활용 가능한 자산으로 인식해 왔지만, 시장에서는 이를 잠재적 매도 물량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존재해 왔다는 것이다.
그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는 자기주식을 기업이 임의로 보유·처분하는 자산이 아니라 주주환원의 수단으로 인식하게 하는 제도적 전환”이라며 “기업의 자본정책 책임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장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과도한 자사주 보유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한 원인으로 지목돼 온 만큼, 제도 변화가 시장 신뢰 개선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밸류업=주주환원이라는 오해는 경계”
다만 그는 밸류업 공시가 자사주 매입·소각 같은 주주환원 정책에만 초점이 맞춰지는 현상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프로그램 도입 초기 금융지주·증권사 등 이익 예측이 비교적 용이한 업종이 대규모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을 내놓으면서 시장에 ‘밸류업=주주환원’이라는 인식이 확산됐다는 것이다.
조 부장은 “기업 상황과 업종 사이클, 재무 상태, 장래 사업 구조에 따라 당장 주주환원보다 설비투자나 연구개발 확대가 더 바람직한 기업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성장을 위한 자금 유보 역시 기업가치 제고의 중요한 요소”라고 설명했다.
“성장 로드맵만 제시해도 밸류업 인정”
이 같은 취지를 반영해 거래소는 최근 기업가치 제고 관리 가이드라인을 개정했다. 정량적 주주환원 목표를 제시하지 않더라도, 중장기 성장 전략과 로드맵을 중심으로 한 공시만으로도 밸류업 공시로 인정하도록 기준을 완화했다는 것이다.
조 부장은 “앞으로 밸류업은 주주환원과 미래 성장 투자의 균형 속에서 평가돼야 한다”며 “기업들이 업종 특성과 전략에 맞는 계획을 수립하고 시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밸류업 프로그램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기업 경영의 체질 개선을 유도하는 장기 프로젝트”라며 “기업과 투자자가 균형 잡힌 시각에서 접근할 때 한국 자본시장의 신뢰도와 경쟁력이 함께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