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엔비디아와 손잡고 ‘세계 최대 AI 팩토리’ 구축에 나서면서 반도체 사업의 대전환 국면에 들어섰다. 이번 협력은 단순한 메모리 공급을 넘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과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려는 전략적 행보로 평가된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재용 회장이 주도하는 구조 재편의 일환으로 파운드리 사업 분사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3분기 매출은 86조 원, 영업이익은 12조 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은 9%, 영업이익은 30% 이상 늘었다. 특히 반도체(DS) 부문이 7조 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내며 실적 반등을 주도했다. HBM3E, GDDR7 등 고대역폭 메모리 수요가 폭발하면서 AI 수요 회복의 혜택을 온전히 누린 셈이다. 내년에는 HBM4가 본격 양산될 예정이며, 이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 ‘루빈’에 탑재될 핵심 부품으로 꼽힌다.
최근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와 체결한 AI 팩토리 협력은 반도체 생태계의 판도를 바꿀 것으로 전망된다. AI 팩토리는 설계·공정·운영·품질관리 등 전 과정을 인공지능으로 최적화하는 차세대 제조 시스템이다. 엔비디아의 GPU와 삼성전자의 HBM 메모리, 그리고 양사의 공정기술이 결합되면 생산 효율성은 물론, 반도체 개발 속도 자체가 획기적으로 단축된다. 삼성전자는 이미 일부 공정에서 엔비디아의 AI 알고리즘을 적용해 설계 속도를 20배 향상시키고, 설비 이상을 조기 감지하는 스마트 팹(Smart Fab)을 구축 중이다.
이 같은 협력은 파운드리 사업의 외연 확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AI 가속기 수요 폭증으로 글로벌 고객사들이 삼성의 생산 능력에 주목하고 있다. 파운드리 사업이 메모리와 분리돼 독립 법인 형태로 운영된다면, 고객 기밀 유출 우려를 줄이고 경쟁사 TSMC와 유사한 사업 구조를 갖출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삼성전자는 IDM(설계부터 생산까지 통합) 체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글로벌 고객 확보를 위해서는 ‘투명한 파운드리 분사’가 필수라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파운드리 사업부의 독립성 강화 방안이 이미 검토 단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독립 시 파운드리는 엔비디아, AMD, 퀄컴 등 글로벌 반도체 설계 기업을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고, 메모리 부문과는 별도의 투자·수익구조를 가질 수 있다. 시장에서는 이를 ‘삼성의 제2의 반도체 도약’으로 평가한다.
현재 삼성전자는 평택·테일러·시안 등 3대 반도체 클러스터에 걸쳐 약 90조 원 규모의 중장기 투자 계획을 진행 중이다. 내년까지는 HBM4와 GDDR7 생산라인이, 2026년에는 2nm 파운드리 라인이 완성될 전망이다. 투자금 중 절반 이상이 비메모리, 즉 시스템 반도체 부문에 집중되고 있어 분사 시나리오와 맞물린다.
업계에서는 파운드리 분사가 공식화될 경우, 삼성전자의 기업가치 산정 구조에도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본다. 현재 파운드리 부문은 전체 반도체 매출의 약 20%를 차지하지만, 분사 시 독립 밸류에이션이 가능해져 ‘TSMC와 직접 경쟁하는 순수 파운드리 기업’으로 재평가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SK하이닉스가 메모리 단일 사업으로 글로벌 1위를 탈환한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다만 내부적으로는 분사에 따른 자본 효율성 저하, 조직 중복 문제,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투자 부담 등을 우려하는 시각도 공존한다. 그러나 AI 중심의 반도체 패러다임이 재편되는 지금, 삼성전자가 메모리와 파운드리를 양축으로 재정비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데에는 업계의 대체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