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개혁 칼날, 결국 거래소 수장 향하나…정은보 체제 흔들

이재명 대통령이 “코스닥의 획기적 업그레이드”를 포함한 전면적 자본시장 개혁을 지시하면서 한국거래소가 개혁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가 제도 전반 재설계에 착수한 가운데, 시장 안팎에서는 이번 개편이 단순 제도 손질을 넘어 거래소 지배구조와 수장 교체 문제까지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최근 브리핑을 통해 “세계 최고 자본시장 제도로 가기 위한 근본적 개혁”을 강조하며, 특히 코스닥을 AI·에너지·창업 생태계를 담아내는 시장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는 상장·공시·시장운영 체계 전반은 물론, 거래소의 기능과 역할 재정립을 포함하는 구조개편 신호로 해석된다.

이 과정에서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 체제의 지속 가능성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명분은 ‘시장 경쟁력 강화’지만, 내부에선 리더십 갈등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 노조와 정면충돌…“치적용 졸속 정책” 반발

사무금융노조 증권업종본부는 최근 거래소의 ‘오전 7시 프리마켓’ 도입 추진을 두고 정 이사장의 임기 말 성과용 정책이라며 퇴진 투쟁까지 선언했다. 노조는 거래시간 연장이 자본시장 발전과 무관할 뿐 아니라 노동자·투자자 부담만 키우는 조치라고 주장한다.

노조 측은 거래시간 확대가 유동성 분산과 변동성 확대를 초래할 수 있고, IT·결제·리스크관리 인력의 새벽 근무가 불가피한 ‘근로조건 중대 변경’이며 회원사 및 실무자 협의 없이 정책이 일방 추진됐다고 비판한다.

거래소 의사결정 구조가 “이미 결론을 정해놓고 형식적 소통만 거친다”는 지적도 나왔다. 수수료 한시 인하 사례까지 거론되며 정 이사장 체제의 일방통행식 운영이 문제로 제기되는 상황이다.


■ 개혁 드라이브 속 ‘거래소 수장 교체’ 관측 확산

이재명 정부가 이번 개혁을 ‘시장 선진화 계기’로 규정한 만큼, 제도만 바꾸고 인적 책임은 묻지 않는 방식으로 마무리되긴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특히 코스닥 재설계, 시장 구조 개편, 거래소 역할 재정립이라는 대형 어젠다를 기존 리더십 체제로 추진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거래소는 사실상 자본시장 인프라의 심장”이라며 “정책 방향과 철학을 공유하는 인물로 수장을 교체하는 시나리오는 충분히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 겹쳐지는 ‘낙하산 인사’ 논란…개혁 명분 약화 변수

다만 변수도 있다. 최근 금융 공공기관장 인사를 둘러싸고 정부의 ‘정치권·측근 인사 기용’이 잇따르며 낙하산 논란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예금보험공사에서는 김성식 사장 취임식이 노조의 출입 저지로 무산됐고, 서민금융진흥원장 인선 과정에서도 전문성 부족과 정치적 연계성 논란이 불거졌다. 금융 공공기관장 인사에서 관료 출신은 배제되고 내부 출신·정치권 인사가 전면에 나서는 흐름도 뚜렷하다.

이런 상황에서 거래소 수장 교체가 단행될 경우, 개혁 인사냐 또 다른 낙하산이냐를 둘러싼 논란이 동시에 점화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 시장 개혁 시험대 된 거래소

결국 거래소 개편은 이번 자본시장 개혁의 ‘상징적 전장’이 되고 있다. 코스피 5000 시대의 제도적 토대를 마련하겠다는 정부 구상과, 현장 조직의 반발, 인사 정치 논란이 교차하는 지점이기 때문이다.

자본시장 개혁이 제도 혁신으로 귀결될지, 인사 갈등으로 소모될지는 거래소 개편의 방향과 수장 인선이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 “제도 개편만으로는 부족”…MSCI·국제 신뢰가 관건

전문가들은 이번 거래소 개편이 단순한 국내 제도 정비를 넘어 국제 투자자 신뢰 회복과 직결된 문제라고 본다.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시장 인프라 운영 방식과 소통 구조가 핵심 평가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MSCI 편입의 핵심은 국제 투자자 인식 변화”라며 “거래소와 금융당국은 일본식 상시 피드백 시스템을 배워 국제 투자자 의견을 지속적으로 반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로드맵 자체는 높은 평가를 받지만, 국제 투자자들 사이의 ‘한국 시장에 대한 의심의 벽’을 허무는 과정이 병행되지 않으면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영문 공시 확대, 영문 정보 접근성 개선, 거버넌스 개혁 지속, 예탁결제 시스템 개선 등도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이는 결국 거래소의 운영 철학과 커뮤니케이션 방식 변화까지 요구하는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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