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중투표제·전자투표 의무화·국민성장펀드까지 ‘국가자본주의 흐름’ 규정
“시장경제 체제 훼손…트럼프식 규제 완화와 대비”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확대와 최근의 상법·제도 변화 흐름을 “국가가 연기금을 통해 민간기업 경영에 관여하는 구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를 헌법 질서 차원의 문제로까지 확대 해석하며, 스튜어드십 코드와 연금의 주주권 행사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유상범 의원실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국민연금과 기관사모펀드의 기업지배, 어디까지인가?: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의 헌법적 쟁점’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신도철 전 숙명여대 교수는 이날 “국민연금이 보유 주식에 대해 의결권을 적극 행사해야 한다는 정부 기조 아래, 실제로 하이트진로 대표이사 선임 안건에 반대표를 던진 사례가 나왔다”며 “비록 안건은 통과됐지만, 이후에도 재무제표 승인 반대 등 추가 주주권 행사를 시사한 것은 사실상 기업 경영에 대한 압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움직임이 헌법 126조에 저촉될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헌법 126조는 원칙적으로 사기업의 국유·공유 이전이나 국가의 경영 통제·관리를 제한하고 있는데, 국민연금이 정부 영향력 아래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경우 실질적인 국가 통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논리다. 최 대표는 “연기금을 통한 경영 개입은 우회적 국유화와 다를 바 없다”고 표현했다.
또한 그는 최근 제도 변화들을 하나의 흐름으로 묶어 해석했다. 자산 2조 원 이상 기업에 대한 집중투표제 의무화, 전자투표 확대, 연금의 수탁자책임 활동 강화, 대규모 정책 펀드 조성 등을 나열하며 “연기금, 정책자금, 제도 개편이 결합해 대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공적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세계적으로 높은 상속세 체계와 맞물리면서 “민간 소유 기반이 약화되고 국가 중심 구조로 이동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진다”고 했다.
신 전 교수는 이러한 흐름을 ‘국가자본주의적 전환’으로 규정하며, 시장경제 원칙 훼손 가능성을 강조했다. 그는 “대한민국 경제 성장은 사유재산 보호와 기업의 자율적 의사결정 위에서 이뤄졌다”며 “연금과 정책수단을 통해 경영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구조가 고착되면 기업가 정신과 투자 의지가 위축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발언 말미에는 해외 정책 흐름과의 대비도 언급됐다. 그는 최근 미국의 규제 완화, 에너지 정책 전환, 국제기구·협약 탈퇴 움직임 등을 사례로 들며 “글로벌 일부 국가들은 정부 역할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가는데, 한국은 오히려 규제와 공적 개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신 전 교수는 스튜어드십 코드 및 국민연금 수탁자책임 활동 지침의 법적 성격과 범위에 대한 재검토 필요성을 제기하며, 경제단체와 민간 부문의 문제 제기를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