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5000의 착시…중소·중견기업 거버넌스 바뀌지 않으면 신뢰는 회복되지 않는다” [현장+]

23일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주최 긴급 좌담회가 열렸다. [사진=안수호]

코스피 지수가 5,000선을 돌파했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장의 체감과 신뢰는 여전히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최준철 VIP자산운용 대표는 23일 한국기업거번넌스포럼 주최 좌담회에서 “지수 상승이 곧 시장의 구조적 개선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지금의 코스피 5,000은 착시 효과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최 대표는 시가총액 3,000억 원 수준의 중견기업을 예로 들며 문제의 본질을 짚었다. 그는 “해당 기업은 부동산과 현금을 합친 유휴자산만 1조4,000억 원에 달하지만, 수년간 구조 개선이나 주주환원은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런 사례가 반복되면서 투자자들은 ‘국장은 원래 그렇다’는 냉소에 빠지게 된다”고 말했다. 개별 기업의 문제를 넘어, 시장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확산된다는 설명이다.

최준철 대표 [사진=안수호]

그는 현재의 지수 상승 구조를 부동산 시장에 비유했다. “강남 핵심 지역 아파트 가격만 급등해 전체 부동산 지수가 올라간 상황과 비슷하다”며 “지수는 높아졌지만, 정작 빌라나 지방 아파트 거래는 살아나지 않는다면 시장 신뢰가 회복됐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형주 몇 곳이 지수를 끌어올리는 동안, 다수의 중소형주는 여전히 제자리라는 것이다.

특히 문제로 지목한 부분은 중견·중소기업의 지배구조다. 최 대표는 “대주주 지분이 높을수록, 회사 규모가 작을수록 변화가 거의 체감되지 않는다”며 “이사회와 임직원, 심지어 조직 전체가 ‘전체 주주’가 아니라 ‘특정 최대주주’를 위해 움직이는 회사가 여전히 많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밸류업 정책과 자사주 소각 논의가 진행되자, 일부 기업들이 오히려 “제도의 문이 닫히기 전에 최대주주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우려했다.

유예기간이 길어질수록 부작용이 커진다는 경고도 나왔다. 최 대표는 “EB 발행, 자사주 우회 거래, 최대주주 간 이해관계에 따른 인수합병 등은 사업 시너지와 무관하게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며 “논의가 길어질수록 소액주주 피해가 누적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이럴수록 신속한 집행과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장 신뢰의 회복 여부를 가늠하는 지표로 개인투자자의 인식도 언급했다. 최 대표는 “여전히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국장은 단타로 돈 벌어 미국 주식이나 부동산으로 옮기기 위한 곳’으로 인식한다”며 “코스피 5,000에 도달했어도, 장기 투자해도 안전하다는 믿음은 아직 형성되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증권업계의 구조 문제도 같은 맥락에서 언급됐다. 그는 “국내에 증권사가 50곳이 넘는 이유는, 시장이 어려워 개혁을 시도하다가도 한 번씩 지수가 오르면 브로커리지 수익이 쏟아져 개혁이 중단됐기 때문”이라며 “지금도 지수 상승에 취하면 같은 일이 반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결국 핵심을 ‘마인드셋의 변화’로 압축했다. “지배주주의 회사라는 인식, 이른바 ‘청부 경영권’에 대한 관용이 남아 있는 한, 인수·합병(M&A)이나 경쟁을 통한 구조 개선은 작동하기 어렵다”며 “상장을 했다는 것은 언제든 경영권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은 지수 상승에 취해 샴페인을 터뜨릴 단계가 아니라, 개혁의 동력을 유지해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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