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E 없는 주가 상승은 착시…유휴자산 공개·주주환원 없으면 지속 불가능” [현장+]

23일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주최 긴급 좌담회가 열렸다. [사진=안수호]

김형균 차파트너스자산운용 본부장은 코스피 5000 시대를 두고 “자본시장이 진짜 정상화되는 길은 지수 상승이 아니라 기업의 자기자본이익률(ROE) 개선에 있다”며, 현재 한국 증시는 여전히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고 진단했다. ROE의 근본적 변화 없이 밸류에이션만 오르는 국면은 일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경고다.

23일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주최 긴급 좌담회가 열렸다.

이날 김 본부장은 전 세계 주요 국가의 PBR–ROE 관계를 비교한 자료를 제시하며 “기업의 장부가치가 시장에서 얼마의 평가를 받느냐는 결국 ROE에 의해 결정된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경우 지난 10여 년간 ROE가 한 자릿수에서 두 자릿수로 개선되면서 PBR 역시 이에 비례해 상승했고, 이것이 장기적인 밸류업의 전형적인 경로라는 설명이다.

반면 한국은 일부 대형주가 지수를 끌어올리고 있지만, 시장 전체의 ROE가 구조적으로 개선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그는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방향은 ROE가 점진적으로 높아지고, 그 결과로 자연스럽게 밸류에이션이 올라가는 구조”라며 “ROE 변화 없이 PBR만 상승하는 모습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시총 넘는 현금 쌓아두는 기업 다수…ROE 갉아먹는 구조”

김 본부장은 한국 자본시장의 핵심 문제로 과도한 유휴자산을 지목했다. 그는 “시가총액을 초과하는 순현금을 쌓아두고도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며 “이는 기업가치를 키우기는커녕 ROE를 떨어뜨리는 대표적인 비효율”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그는 지난해 말 한국거래소 비공개 간담회에서 밸류업 프로그램과 관련해 “영업자산과 비영업자산을 구분해 공시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현금성 자산 가운데 얼마를 사업에 쓰고, 얼마를 주주환원이나 투자에 활용할 것인지 시장과 소통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본부장은 “기업이 ‘현금 3000억 원 중 1000억 원은 언제, 어떤 방식으로 쓰겠다’는 계획을 제시해야 ROE 개선 경로가 보인다”며 “그 결과로 5년 후 PBR을 0.2배에서 1.2배로 끌어올리겠다는 식의 목표 제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형균 본부장 [사진=안수호]

“국민연금 의결권, 블랙박스 상태…시장 신뢰 훼손”

그는 주주권 행사 환경의 문제점도 짚었다. 특히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방식을 두고 “완전한 블랙박스”라고 표현했다. 국민연금이 주요 주주인 기업의 경우, 주주제안이나 행동주의 안건에 대해 어떤 논의와 판단 과정을 거쳐 찬반을 결정했는지 전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김 본부장은 “결과 자체가 찬성이냐 반대냐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논리와 토론을 거쳐 그 결론에 도달했는지”라며 “의결권 행사 과정과 수탁자책임위원회 논의 내용, 표결 구조까지 투명하게 공개해야 시장이 납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연금이 최대 주주로 있는 기업은 투자 대상에서 아예 제외하려는 심리가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주주대표소송, 이상적이지만 현실은 작동 불능”

김 본부장은 투자자 보호 수단으로서 주주대표소송의 한계를 강하게 지적했다. 그는 “이론적으로는 주주대표소송이 거버넌스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이상적인 수단”이라면서도 “현실에서는 시간, 비용, 입증 책임 등 모든 장벽이 주주에게 과도하게 전가돼 사실상 작동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행동주의 캠페인을 여러 차례 진행했지만, 주주대표소송은 단 한 번도 활용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겨도 배상액은 미미하고, 판결까지 7~9년이 걸린다”며 “자산운용사나 펀드 입장에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했다.

이 때문에 그는 상사·회사법 전문 법원과 신속한 재판 시스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문성이 축적되지 않으면 판결은 보수적으로 흐를 수밖에 없고, 이는 다시 주주권 행사를 위축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투자자 보호센터는 과도기적 대안…궁극적 해법은 제도 정상화”

김 본부장은 대만식 투자자 보호센터 도입 논의에 대해 “과도기적으로는 필요하다”고 평가하면서도, 궁극적인 해법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보호센터가 필요한 이유 자체가 주주대표소송이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원칙적으로는 주주대표소송이 제대로 작동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그는 “입증 책임 완화, 자료 접근권 강화,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 같은 구조적 개선 없이는 어떤 제도도 임시방편에 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상장은 경영권 안정이 아니라 경쟁의 장이어야”

마지막으로 김 본부장은 상장 제도 전반에 대한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그는 “한국 거래소의 상장 심사 기준은 오랫동안 ‘경영권 안정성’을 중시해 왔다”며 “대주주 지분율이 낮으면 오히려 보완책을 요구하는 구조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그는 “상장의 본질은 언제든 경영권이 교체될 수 있는 경쟁의 장을 여는 것”이라며 “대주주 지분이 과도하게 높은 기업은 오히려 상장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부 외국인 투자자들이 “대주주 지분율이 50%를 넘으면 상장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설명이다.

김 본부장은 “ROE를 높이고, 유휴자산을 시장에 환원하고, 주주권 행사가 실질적으로 작동하는 구조를 만들지 않으면 코스피 5000은 오래 가지 못한다”며 “지금은 숫자에 취할 때가 아니라, 가장 기초적인 구조를 고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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