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는 코스피 지수 5000 돌파를 두고 “지수 상승이 시장 전반의 구조적 개선을 의미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대형주 중심의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자본시장 개혁의 성과가 일부 선도 기업에만 국한될 경우, 코스피 5000은 지속 가능한 바닥이 아니라 착시에 그칠 수 있다는 경고다.
23일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주최 긴급 좌담회가 열렸다.
이날 이 대표는 “코스피 전체 상장사는 845개인데, 이 가운데 AI·반도체·로봇·원전 등 이른바 ‘AI 주도주’ 15개 종목이 지난해 10월 이후 약 78% 상승했다”며 “반면 나머지 820여 개 종목의 상승률은 평균 15% 수준에 그친다”고 말했다. 체감 지수는 여전히 3700~3800선에 머물러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삼성전자나 SK처럼 외국인 비중이 높고 시장의 감시를 받는 대기업은 주주 충실 의무와 거버넌스 개선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문제는 중견·중소기업으로, 이들 기업의 거버넌스는 여전히 밑바닥에서 거의 바뀌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상법 개정이 주로 대기업부터 적용되는 구조 역시 한계로 꼽았다.
이 대표는 특히 개인투자자의 현실을 강조했다. “개인투자자 상당수는 중소형주를 보유하고 있다”며 “대형주 몇 곳의 변화만으로는 시장 전반에 대한 신뢰가 회복될 수 없다”고 말했다. 코스피 5000이 하방으로 작동하려면, 중소·중견기업까지 포함한 전면적인 거버넌스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는 밸류에이션 구조에서도 한국 시장의 취약성을 짚었다. “코스피가 크게 올랐다고 하지만 여전히 상장사의 약 70%가 PBR 1배 미만”이라며 “이는 기업 가치가 저평가돼도 경영권이 위협받지 않는 구조가 고착돼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경영 성과가 부진해도 ‘잘릴 걱정’을 하지 않는 구조에서는 주가가 오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경쟁을 통한 밸류업, 특히 M&A 시장의 정상화가 저점 방어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의 ‘베어허그(bear hug)’ 사례를 언급하며 “본질 가치가 1조 원인 회사가 5000억 원에 거래된다면, 누군가 지분을 취득해 인수 제안을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시장”이라며 “이사회가 이를 진지하게 검토하지 않으면 소송과 책임이 뒤따르는 구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자사주가 사실상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활용되며, 이러한 경쟁이 원천적으로 차단돼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배주주 지분이 20~30%에 불과해도 자사주를 우호 지분으로 활용하면 M&A는 불가능해진다”며 “이로 인해 PBR 1배 미만 기업이 구조조정이나 인수 대상이 되지 않고 방치된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주주 충실 의무가 도입된 이상, 이사회는 인수 제안이 들어올 경우 이를 즉각 공시하고 독립적으로 판단해야 할 의무가 이미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국에는 이를 구체화한 M&A 가이드라인이나 강제 공시 체계가 없어, ‘검토 중’이라는 한 줄로 모든 책임이 회피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일본 사례를 언급하며 “일본은 M&A 가이드라인 도입 이후 인수 제안 자체가 기업 가치 재평가의 계기가 되고 있다”며 “인수가 무산되더라도 이사회는 그 제안 가격을 넘는 기업 가치를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이런 메커니즘이 저평가 기업을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퇴출시키거나 재평가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코스피 5000에 취해 개혁의 고삐를 늦추는 순간, 가장 큰 피해는 중소형주 투자자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경쟁과 견제가 작동하는 시장을 만들지 않으면, 지수는 다시 내려오고 신뢰는 더 멀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코스피 5000을 진짜 바닥으로 만들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그의 답은 분명했다. “대형주가 아니라, 아직 움직이지 않은 다수 기업이 변하느냐에 달려 있다”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