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ESG기준원이 스튜어드십 코드의 ‘형식적 참여’ 논란을 인정하며, 실질 이행 중심의 ‘스튜어드십 코드 2.0’으로의 전환을 예고했다. 이행 점검 체계를 재정비하고, 필요 시 현장 실사까지 병행하는 등 책임투자의 실효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23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코스피5000특별위원회 주최로 ‘스튜어드십코드 실효성 제고를 위한 내실화 방안 모색 토론회’가 열렸다.
오덕교 한국ESG기준원 정책연구본부장은 23일 토론회에서 “그동안 스튜어드십 코드가 형식적으로 참여되는 사례가 많았다는 점을 반성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명확히 실질 이행 중심으로 방향을 잡고 업무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연기금의 역할 강화를 강조했다. 오 본부장은 “스튜어드십 코드 관점에서 연기금이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연기금이 운용사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구조를 통해, 책임투자를 잘하는 운용사가 더 많은 역할과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행 점검 체계도 대폭 손질된다. 한국ESG기준원은 스튜어드십 코드 발전위원회 산하에 이행 점검 소위원회를 신설할 계획이다. 오 본부장은 “권한은 최소화하되, 기획·연구 결과를 논의하고 의결하는 구조로 소위를 구성하려 한다”며 “다음 주에는 자산운용사를 대상으로 이행 점검 설명회를 열어 세부 절차를 공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비공개 관여 활동에 대한 검증 문제도 언급했다. 그는 “이행 점검 과정에서 내용 확인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실사를 통해 실제 활동이 있었는지 확인하는 절차를 밟을 계획”이라며 “문서상 보고에 그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비공개 인게이지먼트의 실효성을 외부에서 확인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협력적 주주활동에 대해서도 제도화 가능성을 열어뒀다. 오 본부장은 “작년부터 협력적 주주활동을 어떻게 활성화할 수 있을지 고민해왔다”며 “5%룰과는 별개로, 공동 보유 지분에 대한 의결권 행사나 대형사와 중소형 운용사가 함께 참여하는 공동 인게이지먼트 모델 등을 실무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해외 사례를 그대로 적용하는 데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해외 투자자 포럼 사례를 보면, 의결권 행사에 대해 아예 의견을 내지 못하도록 계약에 명시한 경우도 있다”며 “국내 시장에 맞는 방식이 무엇인지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대차 주주약정과 관련해 모범 계약서를 검토한 경험을 언급하며 “주주 간 계약은 법적 쟁점이 많아 제도적 근거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과거 운영됐던 의결권 정보 플랫폼과 관련해서는 “VIP 플랫폼은 2019년 활용도 저조를 이유로 폐지됐다”며 “향후 정보 공개와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방식이 무엇인지 다시 고민할 시점”이라고 평가했다.
오 본부장은 “스튜어드십 코드의 신뢰는 선언이 아니라 이행에서 나온다”며 “점검·검증·협력의 구조를 정교화해 책임투자가 실제 기업가치 제고로 이어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