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스타트업도 예외일 수 없다…컬리 사태가 던진 ‘가족 경영’의 그림자

스타트업은 ‘빠른 의사결정’과 ‘창업자 중심 리더십’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하지만 조직이 커지고 이해관계자가 늘어나는 순간, 그 강점은 언제든 리스크로 바뀔 수 있다. 최근 불거진 컬리 관련 논란은 스타트업 역시 대기업과 다르지 않은 지배구조 문제에 직면해 있음을 보여준다.
컬리의 관계사 넥스트키친 대표가 강제추행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자 회사는 정직 처분과 업무 배제를 결정하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그러나 이 사안은 단순한 임원 개인의 일탈로 끝나지 않는다. 해당 대표가 컬리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인 김슬아 대표의 배우자라는 점에서, 기업 지배구조 전반에 대한 문제 제기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넥스트키친은 컬리의 핵심 납품·기획 파트너로 성장해 왔다. 유기농 주스 브랜드와 컬리 전용 HMR 상품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대하며, 불과 몇 년 사이 매출이 급증했다. 업계에서는 넥스트키친을 단순 제조사가 아니라, 컬리에 최적화된 상품을 기획하고 외부 제조사와 연결하는 ‘중간 허브’로 본다. 컬리의 PB 전략이 강화될수록 이 회사의 역할과 비중도 함께 커진 셈이다.
문제는 이 구조가 가족 경영과 결합돼 있다는 점이다. 유통업계에서 PB 기획은 수익성과 직결되는 핵심 영역이다. 대형 유통사들은 내부 통제와 공정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 친인척이 운영하는 회사에 PB 기획이나 핵심 납품을 맡기는 것을 극도로 꺼린다. 법적 금지 여부와 별개로, 이해상충 논란 자체가 기업 신뢰를 훼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컬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넥스트키친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해명과는 별도로, 배우자가 대표로 있는 관계사가 핵심 PB 라인과 성장 전략의 한 축을 맡아왔다는 사실은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특히 자산 규모가 5조원 미만이라 대기업집단 규제를 받지 않는다는 점이, 오히려 스타트업 특유의 회색지대를 드러낸다는 지적도 나온다.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컬리가 처음으로 대규모 오프라인 행사로 기획한 푸드 페스타의 주관을 자회사에 맡긴 것 역시, 그룹 내부에서 사업 기회가 순환되는 구조 아니냐는 시선을 낳고 있다. 결과적으로 창업자 주변의 가족·측근·관계사로 권한과 기회가 집중되는 모습은, 전통 대기업에서 반복돼 온 문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번 사안은 스타트업에도 더 이상 ‘창업자 절대 권한’이 당연시될 수 없다는 신호로 읽힌다. 가족이나 특수관계인의 경영 참여, 핵심 사업과의 거래 구조에 대해 명확한 기준과 독립적인 검증 장치를 갖추지 않는다면, 윤리 문제는 언제든 지배구조 리스크로 비화할 수 있다.
컬리는 그동안 혁신과 신뢰를 브랜드 가치로 내세워 왔다. 이제 그 신뢰를 지키는 방식 역시 스타트업식 관행이 아닌, 성숙한 기업에 걸맞은 지배구조로 증명해야 할 시점이다. 빠른 성장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그 성장이 누구에게 어떻게 배분되고 있는지에 대한 투명한 설명이다. 가족 경영과 내부 거래의 경계가 흐려지는 순간, 스타트업도 더 이상 ‘다르다’고 말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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