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랜드 내부거래, 제재 이후에도 남은 의문…구조 재편은 ‘개선’이었나 ‘회피’였나

이랜드그룹의 내부거래 문제는 2022년 공정거래위원회 제재를 기점으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당시 공정위는 지주사인 이랜드월드가 자금난에 처하자 계열사 이랜드리테일을 동원해 비정상적인 거래를 벌였다고 판단했다. 이랜드리테일이 이랜드월드 소유 부동산을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하며 매매대금의 대부분에 해당하는 거액을 계약금으로 지급했고, 계약 해지 과정에서도 위약금이 청구되지 않으면서 이랜드월드는 사실상 무이자 자금 조달 효과를 누렸다는 것이다. 여기에 패션 브랜드 스파오(SPAO) 양수 과정에서도 무이자·분할 지급 조건이 적용되며 계열사에 유리한 거래가 반복됐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공정위는 두 회사에 각각 2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제재 이후 이랜드그룹은 “사업 구조 재편”을 내세우며 지배구조 손질에 나섰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랜드건설 지분 이동이다. 이랜드월드가 보유하던 이랜드건설 지분 일부를 이랜드리테일로 넘기며 최대주주를 바꿨고, 이후 다시 지분이 재조정되면서 현재는 이랜드월드가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지분율은 공정거래법상 일감 몰아주기 규제 기준선에 근접한 수준으로 형성됐다. 그룹 측은 유통과 부동산 개발의 시너지를 위한 전략적 판단이라고 설명하지만, 규제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한 ‘핀셋 조정’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내부거래 비중을 둘러싼 논란도 계속된다. 공정위 자료에 따르면 이랜드그룹의 국내 계열사 간 거래 비중은 최근 유통 대기업 가운데서도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이랜드리테일이 중간지주사 역할을 하며 신설 자회사들과 거래 구조를 형성한 이후 내부거래 비중이 눈에 띄게 확대됐다. 그룹은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사업 등 외부 프로젝트 수주로 이랜드건설의 계열사 의존도가 낮아지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과거 20년간 평균 내부거래율이 60%를 웃돌았다는 분석은 이런 설명의 설득력을 약화시킨다.

문제는 단순한 수치의 높고 낮음이 아니다. 공정위가 지적한 것처럼 부당 내부거래 여부는 거래 조건과 목적, 경제적 효과를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 이랜드 사례는 내부거래가 그룹 위기 국면에서 ‘안전판’ 역할을 하며 반복적으로 활용돼 왔다는 점에서 구조적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이랜드건설은 유통 계열사의 점포 신축·리모델링을 사실상 독점하며 성장했고, 이 과정에서 발생한 이익은 지주사와 총수 일가로 환류됐다.

현재 이랜드그룹은 창업주 박성수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전문경영인 체제를 표방하고 있다. 그러나 내부거래 구조 조정과 지분 이동이 실질적인 체질 개선으로 이어졌는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남는다. 규제 이후의 재편이 내부거래 축소와 투명성 강화로 귀결되지 않는다면, ‘전략적 판단’이라는 설명은 결국 규제 회피 논란을 반복해서 불러올 수밖에 없다.

이랜드의 지배구조 재편은 공정위 제재 이후 한국 대기업 집단이 내부거래 문제에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다. 핵심은 형식적 구조 변경이 아니라, 내부거래 의존에서 벗어나는 실질적 변화다. 그렇지 않다면 이랜드를 둘러싼 내부거래 논란은 제재 이후에도 계속 ‘불편한 진실’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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