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대표소송, 구조부터 바꿔야 작동한다” [현장+]

김형균 본부장 [사진=안수호]

행동주의 펀드들이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소송에 나서야 한다는 사회적 기대와 달리, 현행 제도는 현실과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형균 차파트너스자산운용 본부장은 “주주대표소송은 제도적으로 가능하지만, 실제 시장에서는 거의 작동하지 않는다”며 입법적 보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남근·오기형·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우찬)와 함께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주주가치 훼손에 대한 민사책임 추궁 활성화 모색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김 본부장은 행동주의 펀드 입장에서 소송이 쉽지 않은 이유를 먼저 짚었다. 그는 “펀드는 투자자 이익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데, 대부분 만기가 정해져 있고 소송은 종료 시점을 예측하기 어렵다”며 “소송 도중 환매가 발생할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부담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행동주의 펀드가 직접 주주대표소송에 나서기에는 구조적 제약이 크다는 설명이다.

현행 주주대표소송 절차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김 본부장은 “주주가 먼저 감사나 감사위원회에 이사에 대한 소송 제기를 요청해야 하는데, 감사와 이사회가 사실상 같은 편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합리적인 사안이어도 감사가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 경우가 거의 전부”라고 말했다. 30일이 지나 주주가 직접 소송을 제기할 수는 있지만, 이 경우 소송 비용을 주주가 부담해야 하고 승소하더라도 이익은 회사로 귀속된다. 그는 “이 구조에서 자기 돈을 들여 소송에 나설 주주는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차파트너스가 직접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한 적은 없지만, 우회적인 방식으로 책임 추궁에 나선 사례는 있다고 설명했다. 김 본부장은 남양유업 사례를 언급하며 “주주제안을 통해 선임한 감사가 이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경우”라며 “이는 주주 추천 감사가 선임됐기 때문에 가능했던 매우 예외적인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그는 첫 번째 입법 과제로 ‘감사의 책임 강화’를 제시했다. 김 본부장은 “합리적인 주주대표소송 요청을 받고도 감사가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일정한 페널티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감사가 직접 소송을 제기하면 회사가 원고가 돼 소송 비용을 회사가 부담하게 되고, 주주 부담도 사라져 제도가 훨씬 원활히 작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로는 다중대표소송(이중대표소송) 제도의 현실화를 요구했다. 현행법상 다중대표소송은 모회사가 자회사 지분을 50% 초과 보유한 경우에만 가능하다. 김 본부장은 “비상장 자회사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면서도 지분율이 50%에 못 미치는 기업이 매우 많다”며 “이 경우 자회사에서 불법 행위가 발생해도 직접적인 책임 추궁 수단이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논란이 된 다원시스 사례를 언급하며 “사업부를 자회사로 분리한 뒤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모회사 지분율을 50% 아래로 낮추는 방식은 책임 추궁을 회피하는 구조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실질 지배력 기준으로 연결 종속회사에 해당한다면, 지분율과 무관하게 다중대표소송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본부장은 “주주대표소송과 다중대표소송은 지배구조 개선의 핵심 수단”이라며 “현실에서 작동하지 않는 제도를 그대로 두기보다, 감사 책임 강화와 소송 요건 완화를 통해 실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입법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발언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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