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상법이 투자자 보호와 기업 투명성 강화를 목표로 시행된 가운데,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업뿐 아니라 투자자 역시 역할과 태도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보 제공 확대를 수동적으로 기다리는 데 그치지 않고, 기업 지배구조의 한 축으로 적극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현아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교수는 24일 한국투자자포럼 토론회에서 “이번 상법 개정은 투자자에게 더 많은 권한과 채널을 열어준 제도”라며 “이제는 투자자도 그에 걸맞은 책임과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자자 정보 채널, 이제는 기업과 직접 연결돼야”
김 교수는 개인투자자의 정보 접근 현실부터 짚었다. 그는 “그동안 개인투자자들이 활용해온 정보 창구는 네이버 종목토론실이나 온라인 게시판 등 투자자 간 정보 교환이 중심이었다”며 “국내 연구에서도 종목토론실에 회계 정보가 포함될수록 실제 주가와의 관련성이 높아진다는 결과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이러한 구조에서는 기업 내부의 불투명한 정보가 누적되다 한 번에 터지며 주가 급락으로 이어지는 ‘정보 폭발’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맥락에서 상법 개정은 투자자에게 공식적이고 제도화된 정보 접근 경로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중국 사례 “기업–투자자 직접 소통, 이익의 질 높여”
김 교수는 해외 사례로 중국의 투자자 소통 플랫폼을 소개했다. 중국 증권거래소가 운영하는 IIPS(투자자-기업 상호소통 플랫폼)는 익명 투자자의 질문을 거래소가 검증한 뒤 공개하고, 기업이 일정 기간 내 공식 답변을 하도록 하는 구조다.
그는 “중국에서는 이 제도가 기업과 투자자 간 정보 교환을 활성화하고, 특히 지배구조가 취약한 기업일수록 이익의 질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축적되고 있다”며 “투자자 간 소문 중심의 정보 교환보다 기업과 직접 소통하는 구조가 훨씬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상법 개정 효과, 투자자 참여에 달렸다”
김 교수는 상법 개정의 성패가 결국 투자자 참여 수준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전자주주총회 도입으로 주주가 실시간으로 질문하고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환경이 열리는 만큼, 소액주주 역시 더 이상 주변적 존재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그는 “소액주주로서 배제됐던 투자자가 이제는 기업 지배구조의 한 축으로 기능해야 한다”며 “경영진의 사적 이익을 감시하는 역할뿐 아니라, 주요 의사결정에 직접 관여하고 의결권을 적극 행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보 요구·안건 제안, 더 이상 부담 느낄 필요 없어”
김 교수는 투자자의 행동 변화도 주문했다. 그는 “주주총회 안건이나 이사 선임 과정에서 정보가 부족하다고 느끼면 기업에 적극적으로 자료를 요구해야 한다”며 “나아가 ESG, 산업 경쟁 환경, 장기 성장 전략과 관련해 건설적인 제언을 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는 단순한 권리 행사에 그치지 않고, 기업 가치 제고에 기여하는 주주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투자자도 전문성 키워야…교육·플랫폼 역할 중요”
다만 김 교수는 투자자 참여 확대가 자동적으로 긍정적 결과를 낳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사회나 감사위원회와 마찬가지로 투자자에게도 독립성뿐 아니라 전문성이 중요해진다”며 “감정적 비판이나 단기 수익 중심 행동은 제도의 취지를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확산 중인 주주행동 플랫폼에 대해서도 그는 “마이데이터 기반 주주 인증과 의결권 위임이 쉬워졌고, 일부 플랫폼은 전략 자문까지 제공하고 있다”며 “이런 정보를 이해하려면 투자자 역시 회계·지배구조에 대한 학습이 필수”라고 말했다.
“확장된 주주권, 기업 성장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김 교수는 발언을 마무리하며 “이번 상법 개정으로 투자자가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환경은 분명히 열렸다”며 “이제 중요한 것은 투자자가 이를 기업의 투명성과 지속 성장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활용할 수 있느냐”라고 강조했다.
그는 “투자자 스스로 배우고, 참여하고, 책임지는 문화가 자리 잡을 때 상법 개정은 비로소 자본시장 선진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