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충실의무 도입했지만 권리구제는 공백…대표소송만으론 한계” [현장+

발언하는 이상훈 교수 [사진=안수호]
이상훈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주주충실의무가 도입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실질적으로 구현할 권리구제 장치는 여전히 공백 상태”라며 현행 상법 체계의 구조적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특히 주주대표소송이 주주가치 훼손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근본적으로 맞지 않는 틀이라고 강조했다.
김남근·오기형·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우찬)와 함께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주주가치 훼손에 대한 민사책임 추궁 활성화 모색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이 교수는 “주주가치 훼손이라는 문제의식과 달리, 현재 논의의 중심은 여전히 회사 대표소송에 머물러 있다”며 “대표소송은 회사 계좌로 손해를 회복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회사충실의무’의 틀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자사주 거래,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합병·분할 등 최근 논란이 되는 사안들은 대부분 일반주주와 지배주주 간 이해상충 문제인데, 이를 회사 손해 중심의 소송으로 풀려다 보니 한계가 반복된다는 설명이다.
그는 “회삿돈을 빼돌리는 전형적인 횡령·배임 사건이 아니라, 시장에서 문제가 되는 사안의 다수는 주주 간 제로섬 구조”라며 “지배주주의 경영권 강화와 일반주주의 지분가치 희석이 충돌하는 사안은 회사 계좌로 돈을 돌려놓는 방식으로는 해결이 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특히 주주충실의무 조항이 신설됐음에도 불구하고, 손해배상과 가처분 등 권리구제 조문에는 ‘주주’가 빠져 있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현행 상법 제399조(이사의 손해배상책임)와 제403조(주주대표소송)는 여전히 회사만을 피해 주체로 상정하고 있어, 주주 개인의 직접 손해에 대한 구제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의무 조문에 주주를 넣어놓고, 권리구제 조문은 그대로 두면 법의 메아리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가처분 단계에서도 주주 손해는 고려 대상이 아니라는 판단이 반복되고 있다. 이 교수는 “태광산업 사건에서도 법원이 ‘회사의 손해만 문제 된다’는 취지로 판단했다”며 “이렇게 되면 주주충실의무 도입의 입법 취지가 상당 부분 무력화된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이해상충 해소 의무와 충실의무의 구분이 불명확한 점도 문제라고 봤다. “충실의무 위반의 핵심은 이해상충”이라며 “누구의 이익과 누구의 이익이 충돌하는지, 그 주체를 명확히 특정하지 않으면 다시 경영판단의 원칙으로 회귀하게 된다”고 말했다. 특히 지배주주, 전문경영인, 사외이사 각각이 어떤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지를 개별적으로 특정하지 않으면 이사회 결의의 ‘오염’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미국 델라웨어주 판례와 제도를 언급하며 “이사회가 이해상충으로 오염됐다는 점이 입증되면, 그 다음 단계에서 입증책임은 피고에게 넘어간다”며 “반대로 독립이사 다수결, 이해관계 없는 주주 다수결 등 클린징 절차를 거쳤다면 경영판단 원칙으로 복귀하는 구조가 명확하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한국 상법이 이러한 구조를 전제로 하지 않은 채, 주주충실의무만 선언적으로 도입했다는 점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그는 세 가지를 제안했다. ▲주주 계좌에서 발생한 직접 손해를 전제로 한 권리구제 조문 전면 정비 ▲이해상충 해소 의무를 충실의무 판단의 출발점으로 명확화 ▲입증책임 분배에 대한 법제화다. 구체적으로는 “원고는 주주 간 이해상충 구조와 주주가치 훼손 가능성까지만 입증하고, 그 이후 절차적 공정성과 거래의 정당성은 피고가 입증하도록 하는 구조가 합리적”이라고 제시했다.
이 교수는 “주주충실의무를 실효성 있게 만들려면 해석론에만 맡길 수는 없다”며 “델라웨어가 최근 이를 법제화했듯, 우리 역시 권리구제와 입증책임까지 포함한 체계적 입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렇지 않으면 주주충실의무는 선언에 그치고, 분쟁은 계속 대표소송의 한계 안에서 맴돌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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